[LPGA] 그린스 닷컴 클래식 뒷 얘기

중앙일보

입력

17번은 행운의 홀.

박지은은 캐시아일랜드 그린스 닷 컴클래식 3, 4라운드에서 이틀연속 17번홀(파5)에서 위기를 맞았지만 이를 오히려 승리의 전환점으로 삼았다.

박지은 스스로도 “마지막날 승부처는 17번홀이었다”고 밝혔듯이 4라운드 17번홀에서 세컨드샷이 깊은 러프, 그것도 내리막 경사에 빠졌다. 버디는 고사하고 파로 막아도 다행일만큼의 위기.

그러나 박은 로브웨지로 볼을 홀컵 4피트에 붙여 버디, 역전극의 기틀을 마련했다.3라운드에서도 17번홀은 효자노릇을 했다.세컨드샷이 그린을 훌쩍 넘으며 벙커에 빠졌다.

박은 안전하게 온그린 시키겠다는 마음으로 부담없이 벙커를 탈출한 뒤 버디펏을 성공시키며 3라운드에서 한타차 리드를 지킬 수 있었다.

고비마다 버디로 자신을 이끌어준 17번홀에 대해 박은 “정말 행운을 가져다 준 홀이었다”고 밝혔다.

캐시아일랜드 그린스 닷 컴클래식에 출전한 한인선수들의 아버지들이 다시 한번 뜨거운 부정을 보여줬다.박희정의 아버지 박승철씨와 장 정의 아버지 장석중씨가 직접 딸의 골프가방을 짊어지는 고행(?)을 자청한 것.

박승철씨는 바로 한주전 코닝클래식에서부터 전담캐디가 일정상 출전치 않자 박희정의 주니어시절 함께 필드를 돌던 기억을 되살려 캐디로 나섰으며 장석중씨는 장 정이 LPGA에 출전할 때마다 함께 라운딩해왔다.

이들이 캐디로 나선 것은 전문가로서의 기술적인 도움보다는 아직 어리기만 한 딸들에게 정신적 안정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박승철씨와 장석중씨는 전문캐디가 아니기에 기술적인 실수는 몇차례 범했지만 그래도 코스에 익숙해진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캐디능력을 보여주며 딸들의 선전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결국 박희정은 마지막날 데일리 베스트인 5언더파를 치며 3라운드 공동 38위에서 최종 공동 12위로 껑충 뛰어올랐으며 장 정도 공동 47위로 LPGA 연륜에 비해 비교적 좋은 성적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2000년은 첫승 양산의 해인가.

박지은이 마침내 LPGA 첫승을 일궈내자 미국 언론들은 올해가 무관의 골퍼에게 첫 우승의 트로피를 안겨주는 해가 될 것이라는 색다른 예상을 하고 있다.

올해는 박지은까지 생애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선수들이 3번째 첫승을 올린 것이 이같은 예상의 근거.

박에 앞서서는 지난 3월19일 스탠다드 레지스터 핑 대회에서 아니카 소렌스탐의 동생, 샬롯타 소렌스탐(스웨덴)이 LPGA의 울트라 수퍼스타인 카리 웹을 누르고 생애 첫 LPGA 트로피를 품에 안았으며 4월30일에는 역시 스웨덴의 소피 구스타프손이 칙-필-에이 채리티챔피언십에서 첫 우승했다.

그리고 이번에 박지은의 우승으로 올시즌 특별초청개막전인 오피스디포대회를 제외한 15번 LPGA 공식대회에서 3개 대회가 처녀우승이란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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