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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369> 자동차 엠블럼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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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현대자동차는 2008년 미국시장에 제네시스를 처음 선보일 때 현대차의 ‘H’ 엠블럼을 과감히 없앴습니다. ‘현대차=저가’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이를 탈피하겠다는 일종의 마케팅 기법이었던 셈이죠. 도요타 자동차도 고급 승용차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렉서스라는 럭셔리 브랜드를 따로 세우고 엠블럼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엠블럼은 한 회사가 지닌 가치를 대표하는 상징이자 역사의 궤적이기도 합니다. 시대에 따라 모양이 조금씩 변하기도 합니다.

채승기 기자

회사 이름을 담은 엠블럼

많은 자동차 엠블럼이 알파벳을 기초로 한 회사 이름을 담고 있다. 가장 알기 쉽고 회사 이름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기에도 편하기 때문이다. 현대·폴크스바겐·혼다 같은 것들이 대표적 예다.

현대자동차는 타원 안에 현대의 영문표기 첫 글자인 ‘H’를 넣었다. 타원은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는 현대자동차를 상징하며 안쪽의 ‘H’는 두 사람이 악수하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노사 화합, 고객과 기업의 신뢰를 담고 있다. 이 엠블럼은 1990년 엘란트라에 처음 쓰였다. 그 전까지는 직사각형 안에 ‘H’와 ‘D’를 겹쳐놓은 엠블럼을 사용했다. 1974년 나온 포니가 이 엠블럼을 달고 있었다. 1990~93년엔 두 가지 엠블럼을 혼용했다. 타원 형태의 현재 엠블럼은 1993년 뉴그랜저 출시를 계기로 정식 사용되기 시작했다.

1 BMW 2 메르세데스-벤츠 3 푸조 4 람보르기니 5 마세라티 6 페라리 7 아우디 8 재규어 9 스바루 10 캐딜락 11 폴크스바겐 12 현대자동차 13 포드 14 쉐보레 15 닛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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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의 엠블럼은 동그란 원 안에 V자와 W자가 위아래로 새겨져 있는 형태다. 독일어로 ‘국민을 위한 차’라는 의미인 ‘Volkswagen’의 글자를 따왔다. 1930년대 독일의 정권을 잡은 히틀러는 대중 차 프로젝트를 담당할 책임자로 포르셰 창업자 페르디난트 포르셰를 선정했고 그는 이 프로젝트를 ‘카데프바겐(KdF-Wagen)’이라고 불렀다. ‘즐거움을 통한 힘’이란 뜻이다. 포르셰는 이 말을 좋아하지 않아 ‘폴크스바겐’을 제안했다고 한다. 폴크스바겐의 엠블럼은 딱정벌레 ‘비틀’의 엔지니어였던 프란츠 라임스피스에 의해 1938년 만들어졌다. 라임스피스는 엠블럼을 만든 대가로 100제국마르크(Reichsmark)를 받았다. 당시 제국마르크와 미화의 비율은 달러당 4.2제국마르크로, 약 24달러밖에 받지 못한 셈이다.

한때 자동차 빅3로 불렸던 포드도 창업주 헨리 포드의 이름을 엠블럼에 넣어 사용하고 있다. 포드는 모델 T로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1910년부터 생산라인에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해 생산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가격을 크게 낮췄다. 1914년 모델T는 미국에서 50만 대 이상 팔리며 큰 성공을 거뒀다. 파란 타원 안에 독특한 필체의 흰색 알파벳이 새겨진 엠블럼은 포드의 첫 지프 디자이너가 1910년 만들어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사용되고 있다.

회사의 역사·의미를 담은 엠블럼

벤츠·BMW·아우디 같은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간단한 도형의 배열로 엠블럼을 만들었다. 간단한 도형에 브랜드 탄생의 배경이나 특별한 의미를 담아 설명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고틀리에프 다임러가 1900년 설립한 ‘다임러-모토른-게샬프트’와 카를 벤츠가 1883년 설립한 ‘벤츠 앤 시에’ 두 회사가 합쳐진 이름이다. ‘다임러-벤츠’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 두 회사가 1926년 합병해 ‘다임러-벤츠AG’가 탄생한다. 이때부터 메르세데스-벤츠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메르세데스는 스페인어로 ‘우아함’이라는 뜻이다. 당시 오스트리아의 다임러 판매 대리인이던 에밀 옐리네크의 딸 이름에서 따왔다. 벤츠의 엠블럼은 1916년부터 다임러가 사용하던 ‘세 꼭지 별’을 계속해 사용하고 있다. 세 꼭지는 육지·바다·하늘에서 최고가 되고자 한 다임러의 포부를 담은 것이다.

BMW는 파란색과 흰색이 들어간 검정 테두리 원에 BMW라고 적힌 엠블럼을 쓰고 있다. 1929년 만들어진 이 로고는 회사의 역사를 담고 있다. BMW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독일 바이에른주의 뮌헨에서 태어났다. 항공기엔진 회사를 운영하던 칼라프, 막스 프리츠, 카라프와 구스타프 오토가 합작해 항공기엔진 메이커인 바이에리셰 모터 제작회사를 설립한 것이 BMW의 시초다. 1917년부터 BMW로 불리기 시작한 이 회사가 만든 엔진은 1차대전 때 독일 공군기에 쓰여 명성을 얻었다. 항공기 엔진을 제작하던 회사답게 프로펠러를 상징하고 있는 이 엠블럼은 ‘하늘에서 땅으로’ ‘두 바퀴에서 네 바퀴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BMW공장이 위치한 바이에른주의 표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회사 측은 “항공기 회사로 시작해 프로펠러 모양에서 따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우디를 상징하는 4개의 링은 독일 삭소니 지방에서 태동한 아우디·반더러·호르히·데카베 4개사를 상징한다. 이들 4개 회사는 1932년 합병해 ‘아우토 유니언 AG, 켐니츠’란 이름을 썼다. 아우토 유니언은 2차대전 후 소련군에 강제로 수용돼 잠시 맥이 끊기는 불운을 겪기도 했지만 1949년 부활해 1985년 아우디 AG로 이름을 바꾸면서 현재의 이름을 쓰게 된다. 아우디의 어원은 ‘Audiatur’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됐다. 호르히사를 설립했던 아우구스트 호르히는 1909년 호르히를 떠나면서 새 회사를 설립한다. ‘들어봐’라는 의미를 지닌 호르히 자신의 이름을 라틴어로 번역해 1910년 만든 회사가 바로 아우디다.

쌍용차도 3개의 링을 겹쳐 놓은 모양의 엠블럼을 쓰고 있다. 큰 원 안에 작은 타원 두 개가 들어가 있는 모양이다. 큰 원은 무한한 우주공간을 상징한다. 작은 타원 두 개는 쌍룡(雙龍) 즉, 두 마리 용의 형상과 쌍용자동차의 영문 이니셜 SS를 형상화한다.

스바루의 엠블럼도 아우디와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이 회사는 푸른 하늘을 바탕으로 6개의 별이 박혀 있는 엠블럼을 사용한다. 그중 하나는 크고 나머지 다섯은 조금 작다. 이는 여섯 회사가 합병해 탄생한 스바루의 모기업, 후지중공업을 의미한다. 큰 별이 후지중공업이고 나머지 작은 별들이 합병된 회사를 상징한다. 스바루는 ‘지배하다·모이다’는 뜻으로 일본 고대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별자리 ‘플레이아데스성단’에서 이름을 따왔다.

닛산은 은색 원과 직사각형이 합쳐진 형태로 사각형 안에 회사 이름이 모두 들어가 있다. 하늘과 땅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지평선을 형상화한 것이다. 1999년까지는 납작한 평면형으로 사용되다 2000년부터 볼록한 입체 형태로 바뀌었다.

회사를 상징하는 동물·사물을 담은 엠블럼

회사를 상징하는 동물이나 사물의 모양을 담은 엠블럼도 있다. 성능과 파워를 강조하기 위해 사자·황소·말 같은 동물을 사용한다. 나비넥타이나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본뜬 경우도 있다.

람보르기니는 성난 황소를 엠블럼으로 사용한다. 창업주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의 별자리이기도 한 황소는 거칠고 남성적인 이미지가 특징이다. 람보르기니는 페라리 차량의 성능 결함을 알려주기 위해 페라리의 창립자 엔초 페라리를 찾아갔다가 “트랙터나 잘 만들라”는 핀잔을 듣고 직접 차량을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런 그의 고집과 열정이 람보르기니의 황소 엠블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페라리를 상징하는 ‘도약하는 말’ 엠블럼은 1차대전 당시 이탈리아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비행기 조종사 프란체스코 바라카가 자신의 비행기 기체에 그려 넣었던 것이 시초다. 1923년 레이서로도 활약했던 창립자 엔초 페라리가 사비오 레이스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자 바라카의 부모가 그에게 이 문양을 선물했다. 이후 엔초 페라리는 말과 노란색 방패 문양을 형상화해 페라리의 상징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엠블럼 바탕인 노란색은 그의 레이싱팀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본거지 마라넬로의 상징 색깔이다.

마세라티를 상징하는 삼지창 엠블럼은 창업주 알피에리 마세라티의 동생 마리오 마세라티가 1926년 고안했다. 그는 마세라티 형제 중 유일하게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지 않고 예술가로 활동하며 이 로고를 디자인했다. 1940년 이전까지 마세라티 공장이 있던 볼로냐 마조레 광장에는 포세이돈 조각상이 서 있었는데 마세라티 엠블럼은 포세이돈이 들고 있던 삼지창을 본뜬 것이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쉐보레의 엠블럼은 황금색 나비넥타이(보타이·Bowtie)다. 이 엠블럼은 1913년 후반 쉐보레 공동 창업자인 윌리엄 듀란트에 의해 소개됐다. 기원은 분명치 않다. 가장 많이 알려진 얘기는 듀란트가 프랑스 호텔의 벽지 디자인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설이다. 회사가 50주년을 맞아 발간한 ‘1961년 쉐보레 스토리’에 따르면 ‘듀란트가 벽지를 찢어 친구들에게 보여주기까지 했다’고 설명한다. 듀란트가 신문에서 비슷한 모양의 광고를 보고 엠블럼을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 엠블럼은 색상과 디자인에서 소소한 변화가 있었지만 나비 넥타이라는 큰 틀은 한번도 변하지 않았다.

가문의 문양을 담고 있는 엠블럼도 있다. 포르셰나 캐딜락이 대표적이다. 포르셰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를 지배했던 뷔르텐베르크 왕국의 문장 가운데 슈투트가르트의 문장으로 만들었다. 캐딜락은 17세기 말 미국 디트로이트를 개척한 프랑스 장군 앙투안 모스 카디야경의 가문 문장을 본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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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자 뉴스클립의 일련번호 <369>를 <368>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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