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해볼 만한 선거, 내곡동 악재 치워달라”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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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문을 마치고 16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이 임태희 대통령실장(오른쪽),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성식 기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내곡동 사저 건설 계획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한 건 서울시장 선거와 내년 4월 총선의 악재가 되는 걸 막겠다는 뜻에서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역전하는 등 해볼 만한 상황”이라며 “비판적인 여론이 많은 내곡동 사저 악재는 조기에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이런 결심을 한 데는 나경원 후보의 요구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나 후보로선 사저 논란을 조기에 잠재워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나 후보 선거대책위의 안형환 대변인은 “열흘 뒤 투표장에 나설 서울시민들이 내곡동 사저에 대해 비판적인 건 사실”이라며 “청와대가 마땅한 인수자를 찾아 부지를 재매각하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에서 사저 부지 선정에 관여한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묻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악화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다. 한나라당에서 여론을 파악하는 기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인 정두언 의원은 “사저 계획을 총괄한 김인종 경호처장을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전용기가 회항하는 사태가 벌어져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경호처에서 결국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며 “조직운영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신상필벌인데 이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조직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문책론과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귀국한 대통령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며 “상식선에서 매듭지어지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경호부지의 대리인 매입설을 제기했다. 박원순 후보 공동 선대위원장인 이해찬 전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그 좋은 땅을 경호실을 짓는다는 명목으로 몰래 사들였는데 내가 알기엔 그마저 경호실이 직접 구입한 게 아니라 어떤 개인을 내세워 몰래 구입했다고 한다. 정부 돈을 그렇게 집행한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들을 내세운 건 대통령 스스로 실명제를 위반한 것이고, 돈의 출처도 의심받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이 아들 시형씨가 빌린) 6억원을 누구에게서, 언제, 어떤 조건으로 빌렸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글=정효식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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