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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한국선수 100승…구옥희가 열고 최나연이 끝냈다

중앙일보

입력

한국(계) 선수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00승의 전설은 남국(南國)에서 완성됐다.
한국 여자골프의 에이스 최나연(24ㆍSK텔레콤·세계랭킹 4위)이 1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골프장(파71ㆍ6208야드)에서 끝난 사임다비 LPGA 말레이시아 대회 마지막날 3타를 줄여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우승했다. 지난 7월 유소연(21ㆍ한화)의 US여자오픈에서 우승으로 통산 99승을 채운 한국(계) 여자 골퍼들은 최나연의 우승으로 100번째 퍼즐을 맞췄다. 1988년 3월 구옥희(55)가 스탠다드 레지스터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23년7개월만의 개가다.

◇최나연, 청야니 격퇴=최나연은 이날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청야니(대만)와 끝까지 접전을 벌였다. 그러나 최나연은 17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내 청야니의 추격을 따돌렸다. 한국 여자골프의 에이스답게 승부처에서 더욱 매서웠다. 청야니는 마지막 날 6타를 줄였지만 14언더파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키 1m68㎝에 호리호리한 체격의 최나연은 지난해 2승(제이미파 클래식·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올리며 LPGA투어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을 차지한 실력파다. 올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54.9야드(LPGA 30위). 마음만 먹으면 270야드 정도는 가볍게 때려낼 수 있는 장타자다. LPGA투어의 코스 길이가 점점 길어지는 추세지만 최나연은 전장이 긴 코스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며 올 시즌 최강으로 떠오른 청야니와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1987년생으로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세리(34)를 동경해 골프를 시작한 대표적인 ‘박세리 키즈’다.

◇한국 선수 100까지= 구옥희가 첫 승을 거둔지 6년 뒤 고우순(47)이 일본에서 열린 LPGA투어(토레이 재팬 퀸스컵)에서 94년과 95년 잇따라 우승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무대는 일본이었다. 98년, 박세리가 LPGA투어에서 슈퍼스타로 등장했다. 박세리는 그 해 5월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을 시작으로 미국 진출 첫 해에 4승을 거둬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특히 7월에 열린 US여자오픈에서 연장 사투 끝에 거둔 우승은 한국 골프사에 남을 위업이었다. 박세리가 연장 18번홀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고 흰 발을 드러낸 채 물에 들어간 공을 쳐낸 장면은 당시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줬다. 박세리 키즈의 탄생도 이 장면이 계기가 됐다. 박세리는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25승을 거뒀고, 2007년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

◇이제 200승을 향하여=박세리ㆍ김미현(35·8승)ㆍ박지은(32·6승) 등 LPGA `1세대 트로이카`의 활약에 이어 한희원(33·6승)ㆍ박희정(31)ㆍ장정(31) 등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선화(25)ㆍ지은희(25)가 뒤를 이었다. 현재 주력 선수는 신지애(23)ㆍ박희영(24)ㆍ양희영(22)ㆍ김인경(23) 등 박세리 키즈다. J골프 박원 해설위원은 “최나연이 LPGA투어에서 100승 고지에 오르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한국 여자골프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며 “당당한 체격에 장타를 갖춘 유망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newspo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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