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금요일 새벽 4시] 잊히지 않는 TBC 만화 … “어디에서 나타났나, 황금바 ~ 악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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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리는 다섯 살 무렵 이민을 갔습니다. 즐겨 봤던 만화 한두 편 정도는 기억이 날 만도 한 때입니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즐겨 봤던 만화가 있었나 물었더니 “망토 입은 해골이 날아다니는 만화를 좋아했답니다. “TBC에서 했던 ‘황금 박쥐’ 말씀이세요?” “맞아요. 황금박쥐!” 한국을 떠나온 지 4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기억만큼은 생생하답니다. 그런데 아무리 검색을 해 봐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그가 묻더군요. “‘박쥐’가 무슨 뜻이죠?” “‘배트맨’의 배트(Bat)요.” “그럼, ‘황금 박쥐’는 코리안 배트(Korean Bat)란 뜻인가요?” “코리안 배트요?” 영문을 몰라 되묻자 그가 오히려 눈이 동그래져 다시 묻습니다. “‘한국 박쥐’면 코리안 배트란 뜻 아닌가요?” 저런, 그는 42년 동안 ‘황금’을 ‘한국’으로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 아무리 검색해도 나올 턱이 있나요. ‘한국’이 아니라 ‘황금’, 그래서 ‘골드 배트(Gold Bat)’라고 설명해 주자 대단한 깨달음이라도 얻은 듯 ‘골드 배트’를 되뇝니다. 당장 검색해 보고 싶지만 혹시나 어릴 적 대단하게 여겨졌던 만화가 이제 와 시시해 보일까 봐 걱정이 앞선답니다. 그러면서 묻습니다. “그런데 대체 그 만화를 어떻게 알아요? 알 만한 세대는 아닌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그렇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 저도 “어디에서 나타났나, 황금바~악쥐” 주제가가 입에서 술술 나오는 걸까요. <이경민>

◆한국에 진출한 뉴욕의 커피 전문점 띵크커피(think coffee) 창업자 겸 사장을 인터뷰했습니다.

 띵크커피는 2년 전 TV 예능프로 ‘무한도전’ 멤버들이 ‘소이라떼’를 주문하면서 유명해진 곳인데, 공정무역·친환경·재활용을 내세운 생각 깊은 커피랍니다.

 제이슨 슈어 사장은 뉴욕에서 변호사를 하다가 고연봉 직장을 때려치우고 커피사업에 뛰어든 사람입니다. 생전 처음 와 본 한국이 신기한 건지, 한국 1호점이 자랑스러운 건지 인터뷰 내내 싱글벙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더랬죠(우리나라에 커피 전문 매장만 9500개가 넘는다는 걸 알긴 아는 걸까요).

 커피 얘기와 함께, 가족에 대한 사랑을 유난히 강조했는데 “바쁜 변호사 일을 그만두니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을 훨씬 자주, 많이 볼 수 있다”고 기뻐했습니다. 자, 이제 인터뷰 사진을 찍는 시간입니다. 방금 막 뽑아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머그잔에 담아 손에 들었습니다. 특유의 해맑은 미소가 보기 좋네요. 헉, 그런데 갑자기 슈어 사장님 이마에 핏줄이 팍 섰습니다. 눈빛도 약간 흔들립니다. 낌새가 이상해서 그의 눈동자를 따라갔더니… 웬 여성분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아주 여유로운 표정으로 스윽스윽 사장님 옆에 팔짱을 끼고 섭니다. 뉴욕에서 온 띵크커피 관계자가 귓속말로 알려줍니다. “부인이에요. 이번에 같이 왔어요.” 아… 그런데 자꾸만 이마에 핏줄은 더 서고, 웃음이 어색해지고 얼굴까지 빨개지네요. “사장님, 릴랙스~~!” “아하하… 커피 김이 뜨거워서요….” 진실(?)이 뭔진 몰라도 사랑의 힘이 커피보다 진한 것은 확실합니다. <이소아>

j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신문 ‘제이’ 69호
에디터 : 이훈범 취재 : 성시윤 · 김선하 · 이소아 기자
사진 : 박종근 차장 편집·디자인 : 이세영 · 김호준 기자 ,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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