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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여왕들, 록·헤비메탈 손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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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트로트 가수들이 록밴드 또는 헤비메탈 밴드와 한 무대를 꾸민다. 심수봉(왼쪽)도 29일 9인조 스카 밴드 킹스턴루디스카(오른쪽)와 함께 공연한다. 스카는 1960년대 자메이카에서 생겨난 독특한 리듬의 음악장르다.

트로트는 ‘성인 가요’로 불린다. 젊은 세대에겐 ‘지금 이곳’의 음악이 아니라, ‘예전 그곳’의 음악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종종 ‘뽕짝’이란 말로 그 음악적 가치가 희화화되기도 한다. 그런 트로트가 달라졌다. 어른들만의 고립된 무대에서 내려왔다. 최근 유명 트로트 가수들이 ‘트로트=낡은 음악’이란 등식을 깨부수기 위한 파격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트로트라는 한 장르에만 갇힐 경우 음악적·세대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음악평론가 임진모)”이다.

주현미(左), 김수희(右)

 ◆트로트, 인디와 손잡다=‘트로트의 여왕’ 주현미·김수희·심수봉이 그 맨 앞줄에 섰다. 이들은 15일부터 29일까지 매주 토요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한국 대중음악의 여왕들, 젊은 인디를 만나다’란 제목의 콘서트를 펼친다. (문의 02-3274-8500)

 그간 후배 록밴드가 선배 트로트 가수의 무대에서 반주를 맡는 일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번 콘서트에선 단순한 반주를 넘어선다. 이를테면 트로트 가수가 록을 부르고, 록밴드가 트로트를 재해석하는 식이다. 트로트와 록이 합쳐진 ‘퓨전 장르’를 선보이는 셈이다. 15일 무대에 오르는 주현미는 록밴드 국카스텐과 호흡을 맞춘다. 국카스텐은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록 노래상을 받은 실력파 밴드. 이들은 ‘신사동 그 사람’ ‘짝사랑’ 등 주현미의 히트곡을 강렬한 록 음악으로 들려줄 예정이다.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주현미씨가 헤드뱅잉(머리를 아래 위로 흔드는 록밴드 특유의 몸짓)까지 선보이며 파격적인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수희는 좀 더 강렬한 음악과 만났다. 22일 무대에 오르는 그의 파트너는 헤비메탈 밴드 나티다. 이 밴드는 거친 사운드와 가슴을 짓밟는 듯한 드센 리듬이 특징적이다. 나티의 메탈 리듬이 김수희의 ‘남행열차’ ‘애모’ 등에 올라탄다. 김수희는 본래 그룹사운드(블랙캣츠) 출신이다. 자신의 히트곡을 새롭게 해석한 ‘트로트-메탈’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심수봉 역시 음악 실험을 준비 중이다. 29일 마포아트센터 공연에서 스카 장르와의 교감을 펼친다. 스카는 1960년대 자메이카에서 태동한 음악 장르로 ‘약강약강’으로 이어지는 리듬이 특징이다. 심수봉의 음악 파트너는 9인조 스카 밴드 킹스턴루디스카다. 심수봉은 “낯선 음악과의 새로운 작업이 기대된다”고 했다. 킹스턴루디스카의 소속사인 루디시스템 한국진 대표는 “‘쿵짝쿵짝’ 이어지는 스카 리듬은 우리 트로트와 닮은 점이 많다. 음악적으로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트로트도 아이돌 시대=방송도 예외가 아니다. 그간 트로트 가수들의 TV 출연은 KBS ‘가요무대’ ‘7080 콘서트’ 정도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최근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트로트 가수들이 부쩍 늘었다. 문희옥은 올 상반기 케이블채널 tvN ‘오페라 스타’에 출연했다. ‘오페라 스타’는 출연자가 오페라에 도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문희옥은 트로트 발성을 버리는 파격을 통해 오페라 가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이돌 가수들이 노래 경연을 펼치는 KBS2 ‘불후의 명곡’에서도 남진·주현미·김수희 등이 후배 가수의 멘토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엔 트로트에도 아이돌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20대 초반에 데뷔하는 이들 가수는 ‘트롯돌(트로트 아이돌)’로 불린다. 이들은 연습생 시스템 등 기존 아이돌과 비슷한 방식으로 훈련을 받는다. 최근 3년간 연습생을 거쳐 데뷔한 박건우가 대표적이다. 록 비트가 가미된 트로트 곡 ‘왔다갔다’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트로트 걸그룹인 LPG는 11월 일본 무대에 진출한다. “트로트 한류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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