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란씨걸이 떴어요, 엉뚱함도 상큼하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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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청순함에 숨겨진 엉뚱한 매력을 보여주는 김지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아직은 ‘오란씨걸’이다. 음료 오란씨 광고에서 보여준 상큼함이 그만큼 짙었다. 그런데 이 배우, 엉뚱한 모습도 매력있다. 시트콤 ‘하이킥3-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스쿠터를 즐겨 타는 여고생 지원으로 나온다. 4일 오후 서울 중앙일보사에서 배우 김지원(19)을 만났다. 새하얀 피부는 청초한 여배우의 그것이지만, 신기하다는 듯 두리번거리는 모습은 극중 여고생 그대로다.

 -하이킥이 승승장구 중이다.

 “아직은 오란씨걸로 알고 계시는 분이 더 많다. 길을 지나가면 ‘어, 오란씨다 오란씨’라며 수군거린다.”

 -원래 (하이킥을) 좋아했나.

 “정말 팬이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봤다. 지난해 ‘지붕뚫고 하이킥’ 마지막회는 아예 친구들이랑 모여서 봤을 정도다. 요즘 촬영하면서도 ‘내가 하이킥에 출연하는 게 맞나’ 싶다. 영광이다.”

 지원은 웃음이 밝다. 평범한 가정에서 큰 아픔 없이 자랐고, 2008년 데뷔(광고 ‘롤리팝’) 후 이름을 알릴 기회도 비교적 이르게 잡았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햅번이 먹던 젤라또 때문에 유럽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하며 깔깔대는 모습도 영락없는 스무 살이다. 하이킥 오디션을 볼 때도 ‘황정음같이 발랄한 역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병욱 감독은 그녀를 보고 “어쩐지 그늘이 있다”고 했다. 그러더니 부모 잃은 아픔이 있는 여고생 역에 캐스팅했다.

 -발랄함과 아픔을 동시에 표현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늘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나니 그게 내 개성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늘진 면과 밝은 면 두 가지를 모두 표현할 수 있는 기회니까. 슬픈 이야기를 일부러 찾아 읽었고 부모님과도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나는 겪지 못했기 때문에 간접경험을 하려는 거다.”

 -지원과 같은 트라우마가 있나.

 “평범하게 자랐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떠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늘 가슴 한구석에 있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시나 소설을 많이 봐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게 다 연기에 도움이 된다.”

 -영화(‘로맨틱 헤븐’) 외에 TV 연기는 처음이다. 각오라면.

 “완벽한 사람과, 완벽한데 커피를 쏟는 실수를 한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완벽한데 실수를 한 사람에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지금은 모든 걸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결국 빈 틈이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빈 곳이 있어야 다시 들어올 것도 있을 거고.”

 -극중에서 윤계상, 이종석과 삼각관계다.

 “둘 다 매력 있지만, 그래도 따뜻한 남자(윤계상)가 좋다. 사실은 (삼각관계가) 황송하다. 하하.”

글=임주리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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