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사이트 서비스 어디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 영국의 공장노동자인 레이 크리스프는 영국 병원에서 불치의 뇌종양이란 절망적 판단을 받고 죽을 날만 기다리던 딸 롤리를 2년만에 극적으로 살려냈다.

야간근무를 자청하고 낮에는 도서관 컴퓨터에 틀어박혀 인터넷을 뒤진 끝에 딸과 비슷한 뇌종양 수술을 5천여 차례나 해낸 미국의 켈리 박사를 찾아낸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레이 부녀의 스토리를 '아빠를 믿어다오, 내가 의사란다' 는 제목으로 방영해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의료와 인터넷이 만나는 의료 포털 사이트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라이프마스터즈(LifeMasters).라이프차트닷컴(http://www.Lifechart.com)등 수천 개의 사이트가 인터넷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사이트는 병원에 가지 않고도 특이한 증상을 웹사이트로 전송하면 자동으로 몸상태를 점검해 주고, 필요하면 전문의와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건강관리 사이트를 넘어 원격진단 수준에 이른 사이트도 적지 않다.

일부는 환자들이 입력한 질병 관련 수치를 분석해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건강정보를 보내거나 필요한 의료장비의 구입도 소개해 준다.

이런 밝은 전망 때문에 어코던트헬스서비스가 파킨슨씨 병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 포털 사이트를 구축하자 순식간에 14억달러의 자금이 몰렸고, 제이피모건 캐피털은 보고서를 통해 "의료 포털 사이트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대" 라고 전망했다.

국내에도 올들어 시장 선점을 노리고 저마다 "국내 최대 규모" 라고 주장하는 의료 포털사이트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해마다 1백여개 정도에 그쳤던 의료 관련 벤처기업의 창업이 지난해에 2백40여개에 달했고, 올해엔 3백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 사이트로 추정되는 인터넷 사이트만도 3천개를 헤아릴 정도. 특히 의약분업을 앞두고 의사들의 벤처창업이 줄을 잇고 있다.

메디다스 관계자는 "의료수가가 제자리 걸음인 데다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이윤의 상당부분을 약사들에게 뺏길 것이란 의사들의 위기감이 벤처창업을 부추기고 있다" 고 분석했다.

국내 대표적인 의료 포털사이트로는 메디다스가 2년 전에 개설한 건강샘(http://www.healthkorea.net). 올들어 ▶조인스닷컴의 헬스케어▶메디 서비스의 (http://www.n-health.com)▶대웅제약을 중심으로 개설한 하이닥(http://www.hidoc.co.kr)이 새로 문을 열었다.

회원수는 연륜이 깊은 건강샘이 앞서지만 콘텐츠는 엇비슷하다.

이들 사이트는 건강에 관한 상식을 제공하고, 자신의 질환과 증상에 따라 검색해 들어가면 e-메일을 통해 전문의와 상담할 수도 있다.

이들 사이트는 또 집 부근의 병원과 약국을 소개하고 필요할 경우 주치의도 알선해 준다. 일부 사이트는 한방에 관한 정보도 제공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적으로 '진료' 는 반드시 의사가 환자를 직접 보고 검진하도록 돼 있어 아직 인터넷 원격진료는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

메디 서비스의 윤중식 마케팅담당은 "미국의 의료 포털 사이트들은 다양한 수익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나 국내 사이트들은 광고수입과 콘텐츠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 고 말했다.

아직 건강관리와 증상 체크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 만성질환자의 경우 의사들의 커뮤니티나 의료계 전용 사이트에 접속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신 의학학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검색할 수 있고 외국의 의료계 동향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이런 전문 사이트로는 ▶엠디하우스▶메디파크▶메디게이트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에는 다이어트와 관련된 사이트들이 30여개 이상 생겨났으며 육아.산모의 전문사이트로는 (http://www.027.com)이 유명하다.

그러나 인터넷 의료 수요가 늘어나면서 저질 의료정보.과대선전.책임이 불분명한 건강 상담을 하는 의료 사이트가 적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한다.

여과되지 않은 정보 때문에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이다. 한 한방 사이트는 의사자격도 없는 사람이 "암 덩어리가 자연 치유된다" 며 가짜약을 팔고, 일부 성형외과.비뇨기과 사이트는 성(性)과 관련된 저질 상담을 하거나 환자유치를 위해 쌍꺼풀 수술을 경품으로 내걸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30대의 젊은 의사들이 '오픈 닥터스' 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열어 사이버 상의 사이비 의료정보 감시에 나섰다.

정부도 올 하반기부터 인터넷 의료 사이트에 대해 미국처럼 인증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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