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장 접수한 여성·꼬마 … 말은 몸과 맘에 좋거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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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은 승마를 쉽게 배운다. 말 뒤쪽으로만 가지 않으면 전혀 위험하지 않다.

승마장을 찾아가 봤다. 승마가 ‘있는 사람의 스포츠’에서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생활 승마’로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는 말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승마장에선 정말 시골 아이들도 말을 타고 있었다. 젊은 아가씨도, 가족도 승마를 즐겼다. 이들로부터 승마가 왜 좋은지 들어봤다.

글=이석희·홍지연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말 뒤로 가거나 큰 소리만 안 내면 안전

서서히 가을이 물들어가고 있는 봉미산 자락. 경기도 양평군 미리내 승마클럽이 있는 곳이다. 지난 5일 10여 명의 꼬마 승마인이 마사 앞에 모였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6학년까지인 이들은 자기보다 훨씬 키가 큰 말에 다가가더니 머리를 쓰다듬으며 왼쪽 귀에 대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이어 고삐를 잡고 원형 체험장으로 말을 끌고 가서 혼자 능숙하게 승마를 즐겼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 있는 뚝섬 승마장.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보인 지난 1일, 승마인 20여 명이 모였다. 5년째 말을 타고 있는 전진선(51·여)씨는 자신의 말 ‘페루’를 갖고 있다. 먼저 ‘페루’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전씨는 약 한 시간 동안 평보(걷기)와 구보(달리기)를 번갈아 가며 연습장을 돌았다. “승마장에 페루를 두고 갈 때는 마치 자식을 놓고 가는 것처럼 마음이 짠해요.” 페루는 전씨에게 가족이나 다름없다.

 전국 승마클럽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풍경이 하나 있다. 어린이나 여성이 많다는 점이다. 서울시 승마협회 김일홍(68) 회장은 이에 대해 시간적인 이유를 들었다. “남성은 회사 일로 바빠서 시간 내기가 사실 힘들지만 여성이나 어린이들은 주중에도 시간을 만들 수 있다. 또 효과 면에서도 남성보다 더 낫다.” 말을 타는 사람의 약 60%가 여성이나 아동이다. 이쯤 되면 승마는 이들을 위한 레저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말이 여성이나 아이보다 훨씬 큰데 더 위험하지는 않을까. 미리내 승마클럽에서 만난 서유영(12)양은 “전혀 무섭지 않고 힘도 들지 않는다”며 신나게 말을 탔다. 미리내 승마클럽 김선아(23) 교관도 “말은 시야가 330도이고 청각이 예민하기 때문에 말이 볼 수 없는 뒤쪽으로 가지 않고, 큰소리만 지르지 않으면 전혀 위험한 동물이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한 시간 남짓한 이론 교육을 받은 초보자들은 원형 승마장에서 말을 타고 걷는 연습부터 한다.


ADHD·자폐증·언어장애 치료에 좋아

그러면 여성과 어린이에게 승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승마를 배운 지 이제 한 달 남짓 됐는데 체중이 5㎏이나 빠졌어요.” 서유영양의 자랑이다. 옆에 있던, 승마를 배운 지 3개월이 넘은 같은 학교 장준수(4년·11)군도 “나도 많이 빠졌어요”라며 맞장구 쳤다.

 또 다른 궁금증 하나. 몇 살부터 말을 타는 것이 가장 좋을까. 김선아 교관은 “초등학교 5학년 때가 가장 적합한데 성장판을 자극시켜서 키를 크게 하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자는 탁월한 효과를 말한다. “말을 탄 뒤로 소화 장애가 없어졌어요. 특히 나이를 먹으면서 나타나는 여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어서 좋고, 전신운동이어서 다이어트 효과도 있죠.” 전진선씨의 말이다.

승마 장비는 대부분 무료로 빌려준다. 왼쪽부터 안전 헬멧과 조끼, 그리고 챕(바지 위에 덧입어 롱부츠처럼 종아리 부분을 죄어주는 대용품). 말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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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 여성도 “다른 운동과는 달리 승마는 완력을 많이 쓰지 않는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정자세로 말을 타기 때문에 몸의 어느 한 부분 치우침 없이 탄력이 잡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S라인 몸매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말 타기는 정서적인 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게 학계의 연구 결과다. 승마는 기본적으로 말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한 운동이다. 동물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집중력과 인내력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된 게 최근 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치료 승마다. 사회성 결여, 지적장애, 자폐, 언어장애, 인지장애 등을 가진 사람이 승마를 통해 어느 정도 장애를 극복하고 있다. 승마 치료사 권승희(49) 박사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환자나 자폐아에게 승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운동”이라고 권했다. 특히 자폐아는 3개월 정도 배우면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기 시작한다는 것이 권 박사의 주장이다. 치료 승마는 거의 모든 승마클럽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자격증이 있는지 미리 살피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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