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좌파는 인간을 먼저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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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베스트 셀러인 〈심장은 좌측에서 뛴다〉가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다(더불어숲 刊). 독일 사민당(SPD) 당수로 게르하르트 슈뢰더 수상을 탄생시킨 킹메이커로 슈뢰더 내각의 재정부 장관을 역임한 오스카 라퐁텐이 저자.

지난해 슈뢰더의 '현대화' 가 '신자유주의 오류' 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당수와 재정부 장관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토니 블레어와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주장한 '제3의 길' 을 비판하며 전통적 좌파의 유용성을 옹호하는 그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 21세기에 좌파란 어떤 의미인가.

"좌파는 인간에 대한 관심을 정치적.경제적 결정의 중심에 놓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원칙은 21세기에도 마찬가지다.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금융시장이며, 이것이 인간에 대한 관심을 억압하고 있다. 인류의 발전은 금융자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선택된 정부와 의회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

- 블레어와 슈뢰더의 '제3의 길'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들은 신자유주의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가정하고 그것에 적응하자는 논지다. 그 결과 노동 임금은 동결됐고 사회 복지는 축소됐으며, 자본의 이윤은 15%에서 50% 이상으로 늘었다. '제3의 길' 은 19세기의 냉혹한 자본주의로 후퇴한 것이다. "

- '사회 민주주의적 현대화' 를 주장하는데, 어떤 의미인가.

"사이비 현대화주의자들은 세계화가 임금.사회 복지.노동자 권리.법인세.자본 관련 세금 등을 줄이기 위해 경쟁할 것을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올바른 현대화주의자들은 인간교육.연구를 비롯하여 교통.에너지.정보통신 분야에서 최상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사회정의에 부합하는 복지향상을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에 대항한 유럽 좌파들의 올바른 전략은.

"좌파는 세계화된 금융 시장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국제통화기금(IMF) 개혁과 더불어 새로운 세계 금융시장을 구축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은 더 이상 고금리 정책과 사회복지의 축소로 궁핍과 고통을 가중시켜서는 안된다. "

- 21세기 정치의 근본과제는.

"개인적으로 계몽주의나 프랑스 혁명과 결부된 자유.평등.박애는 경제적.기술적 발전과는 별도로 사회의 근간을 이뤄야 한다고 본다. 21세기 정치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쟁 방지, 굶주림과 질병의 극복, 실업률의 감소, 환경 보호, 부의 정당한 분배가 핵심이 돼야 한다. 물론 이런 이상이 정치현실과 충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막스 베버가 말한 것처럼 '정치는 열정과 안목을 가지고 두꺼운 판자에 구멍을 뚫는 것' 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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