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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히 북쪽을 바라보고 피어나는 목련 꽃 송이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월에 미국에서 개봉하고, 3월에 열린 베를린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영화 〈Magnolia〉에서 제목으로 쓰일 만큼 목련은 미국인들에게 매우 친숙한 꽃이랍니다. 특히 미시시피주에서는 목련을 주화(州花)로 정했을 만큼 남부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꽃이라지요. 그러나 나중에 설명할 이야기에 따르면 미국 인디언들은 목련을 불길한 꽃으로 여겼답니다.

미국의 인기 배우 톰 크루즈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라는군요. 영화사에서 홍보한 자료에 따르면 다양한 사람살이 가운데에서 목련처럼 단아한 아름다움을 가진 인간의 속 모습을 그린 영화라 합니다.

목련의 단아한 모습과 함께 목련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다양합니다. 봉오리만 여문 채 눈보라 속에서 겨울을 나는 고아함, 처음 꽃송이를 피울 때의 상서로움, 활짝 피었을 때의 화려함, 꽃잎을 떨굴 때의 참혹함 등. 목련 하나를 바라보며 받을 수 있는 느낌은 꽤나 다양합니다.

이 영화를 신문 기사에서 소개한 중앙일보의 이영기 기자는 이 영화를 놓고 '목련이 가진 여러 빛깔만큼, 다채로운 인간의 운명이 무지개처럼 펼쳐진다'고 썼습니다. 목련의 다양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영화평론가 김성욱님은 "서로 분리되어 포개져 있는 목련 꽃잎(개개의 사건들과 인물들)을 우리의 두뇌안에서 한 송이 목련꽃(매그놀리아)으로 피어오르게 하려는 욕망을 표현"한 영화라고 하셨습니다.

▶목련의 특징

목련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꽃이 피고 나서 비로소 잎이 나온다는 것이지요. 이파리가 나기 전에 홀로 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하는 목련 꽃의 모습은 그래서 더 고아(高雅)하지요.

잎은 아직 피지 않았습니다
유백색 꽃봉오리로 현신했습니다
봄날의 순결은 이런 것입니다
- 김명수, 〈목련 개화〉에서

목련 속에 속하는 식물은 워낙 종류가 많아 그 꽃의 생김새를 한 마디로 뭉뚱그려 설명할 수 없습니다.

목련의 여러가지 특징 가운데 하나는 꽃봉오리가 일제히 북쪽을 바라보고 피어난다는 것입니다. 거개의 꽃들이 해를 바라보며 남쪽을 향해 피어나는 것에 비하면 특색 있는 모습이지요. 이를 보고 사람들은 적지 않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냈어요. 뒤에 소개할 목련 전설도 역시 목련이 북쪽을 바라보고 피어난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시련을 딛고 핀 꽃은 아름다우나
정작 그 꽃은 시련을 자랑하지 않듯
이 아침 내가 서 있는 작은 곳을
어떻게 아름다운 곳으로
바꾸어 놓을까를 생각합니다

저기 햇살이 달려옵니다
양지 쪽으로만 고개를 돌리는 꽃과 달리
봄이 와도 찬바람 불어오는 쪽을 향해
의연히 서 있는 목련처럼
꽃눈 내밀 때의 첫마음으로 돌아가
- 도종환, 〈십년〉중에서

목련 꽃이 왜 양지바른 남쪽이 아닌 어둡고 추운 북쪽 하늘을 바라보고 피어날까요? 햇볕이 잘 드는 남쪽 방향에서 겨우내 자라난 목련 꽃봉오리의 겉껍질은 북쪽 면의 꽃봉오리 껍질보다 튼실하게 자라겠지요. 그래서 남쪽 방향의 꽃잎이 북쪽 방향의 꽃잎보다 오동통하게 자라나 먼저 열리다 보니 위쪽으로 먼저 우뚝 서게 되는 것입니다.

남쪽의 꽃잎이 먼저 우뚝 서서 꽃 봉오리의 기둥 노릇을 하는 거지요. 그러다 보니, 늦게 열리고 힘도 적은 북쪽의 꽃잎은 남쪽 꽃잎의 기세에 눌려 아래 쪽으로 수그러들게 된다는 겁니다. 결국 남쪽의 꽃잎이 우뚝 솟은 뒤 나중에 열리는 북쪽의 꽃잎이 기울기 때문에 자연히 북쪽을 향해 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개화(開花)시기가 짧은 것이 목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렇게 아쉬워 해야 할 만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기에 더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르지요. 여러 식물학자들은 목련의 개화 시기를 늘릴 수 없는가 고민했었나봐요.

일초 일분이라도 더 꽃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목련을 갖고 싶어 한 끝에 새로운 품종들을 선발했지요. 지난 호에서 이야기한 리틀젬은 그렇게 선발된 품종 중 하나인 것입니다.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뿐이랴
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
어디 목련뿐이랴
우리네 오월에는 목련보다
더 희고 정갈한 순백의 영혼들이
꽃잎처럼 떨어졌던 것을
- 박용주, 〈목련이 진들〉에서

-다음 회에 '목련 이야기'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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