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몽헌·몽구 현대회장 퇴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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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정주영 명예회장이 본인과 정몽헌 현대회장,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으나 정몽구 회장이 이에 반발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31일 김재수 현대 구조조정위원장이 대독한 친필각서에서 "이제는 세계적 흐름과 여건으로 볼 때 독자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로 경영하는 게 국제경쟁사회에서 성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본인과 정몽구.몽헌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나고 정몽헌 회장은 남북경협사업에 전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은 "사전협의 없이 구조조정위원회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며 "올 하반기 분리되는 자동차 전문소그룹의 책임 전문경영인으로서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로 만드는데 흔들림 없이 전념하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자동차부문의 경영혁신 방안을 소그룹분리가 완결된 이후 이사회와 주총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별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몽헌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퇴진발표를 그대로 수용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정주영 3부자의 경영일선의 퇴진 선언으로 종결되는 듯 하던 현대사태가 다시 정몽구 회장과 정몽헌 회장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김 구조조정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20분께 기자회견을 열어 정씨 3부자의 퇴진을 공식발표하고 "집행이사로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주주이사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는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현대중공업, 현대전자, 현대상선 등 주력회사를 포함해 모든 계열사에 대해 해외 선진기업과의 합작 등을 통한 전략적 제휴를 추진, 지배구조를 글로벌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량상장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정리, 외국전문업체와의 합작을 추진키로 했다.

이로써 현 52개 계열사로 구성된 현대는 올해 총 16개사를 추가로 정리, 연말까지 21개사가 남게된다.

한편 현대는 자구노력 계획의 하나로 각 계열사들의 타회사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매각을 통해 총 5조9천억원의 장.단기유동성을 확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는 기존에 발표한 각 계열사가 보유중인 타회사 주식 및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 총 5조9천억원의 유동성 자금을 확보키로 했다. 매각대상인 자산은 유가증권 2조7천74억원, 부동산 6천988억원, 기타 사업부문 3천79억원등 3조7천141억원과 신규투자 축소분 2조2천억원이다.

유가증권은 ▲현대투신 정상화를 위해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비상장계열사인 현대정보기술, 현대택배, 현대오토넷 3개사의 잔여지분(1조7천억원상당) ▲IPIC와 합작한 현대정유 지분 일부 ▲현대건설 보유 유가증권(3천413억원) 및 부동산(2천41억원) 5천454억원이며 서산농장(6천400억원) 도 활용할 방침이라고 현대는 밝혔다.

부동산은 현대건설의 인천철구공장부지, 압구정동 사원숙소, 마북리 인력개발원등 유휴토지, 미분양상가와 현대전자의 구의동 부동산, 현대상선의 선박 8척 등이 포함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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