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앞에선 작아지는 정민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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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는 단연 '정민태'이다. 3억1천만원의 최고연봉이 말해주듯 그는 소속팀인 현대유니콘스는 물론이고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선발될 드림팀의 기둥투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황금팔 정민태도 삼성만 만나면 유난히 힘을 못쓴다.

30일 대구 경기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1회에 정경배에게 팬스를 직접 때리는 2루타를 허용한 뒤 이승엽과는 정면 승부를 벌이다 직구를 통타 당해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정은 올 시즌 피홈런 9개중 4개를 삼성에게 도둑맞았다.

그뿐이 아니다. 정의 자랑거리인 안정된 방어율도 삼성 앞에선 무기력하다. 29일 현재 2.70의 방어율로 장문석(LG)에 이어 2위를 기록중이지만 대삼성전 방어율은 3.86을 기록중이고 오늘도 4와 0/3이닝 동안 9안타 5실점으로 씁쓸히 마운드를 내려왔다.

방어율이 낮은 투수의 공통점인 산발안타 허용도 유독 삼성에게만은 예외였다. 1회와 5회에 연속 3안타와 4안타가 순식간에 터져 나왔다. 148킬로의 직구와 133의 체인지업은 구속자체에 문제는 없었지만 삼성타자들이 대부분 직구를 노리고 타석에서 정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99시즌부터 삼성과의 3연전에는 1차전 선발로 정이 어김없이 등판하고 있지만 지난해 2승 3패에 이어 올해에도 3차례 등판, 1승1패를 한데이어 오늘 경기까지 정이 난타 당하자 삼성 타선은 정의 볼에 자신감을 얻은 분위기.

하지만 정민태도 삼성과의 통산 성적에서 15승11패로 우위를 지키고 있고 올 시즌 신무기인 '변형 체인지업'(SF볼의 변종으로 140까지 구속)을 구사, 다음 번엔 기필코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필승의 자세다.
"국내에서 마지막 시즌인 올해, 드림팀에선 국가에 마지막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또한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 대미를 장식하고 해외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삼성 타선이 까다롭지만 나름데로 복안이 있습니다."

재계의 라이벌인 삼성과 현대. 지금은 드림리그 안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어쨌든 양팀은 가을잔치에서 만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정민태와 삼성의 진정한 승부는 포스트시즌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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