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움직인 김정권 ‘전화 중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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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권 총장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선거 지원을 하지 않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같은 당 나경원 후보를 돕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까지엔 김정권 당 사무총장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7일 친박계 의원들과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총장은 박 전 대표가 중시하는 복지 문제에 대한 당의 일치된 입장을 정리하는 데 특히 애를 썼다 . 박 전 대표는 8월 31일 서울시장 지원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복지에 대한 당의 방향이나 정책이 재정립돼 당론이 먼저 정리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2010년 지방선거 때부터 전면 무상급식 반대로 기운 당론 변경을 요구한 셈이다.

 당 지도부는 9월 15일 ‘더 좋은 복지’ 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시켜 복지 문제를 논의해 왔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서울시장 후보 등록 시작일인 6일 이전에 복지 당론을 확정해야만 박 전 대표에게 “서울시장 선거를 도와달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 사무총장은 3일부터 매일 박 전 대표와 한두 차례 통화하면서 박 전 대표와 TF팀의 가교 역할을 했다고 한다. TF팀이 6일 오전 박 전 대표의 구상과 일치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당론으로 채택하자는 건의를 하게 된 건 막후에서 김 총장이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TF팀 관계자가 전했다.

 이 과정에서 나경원 후보의 입장이 문제가 됐다. 나 후보는 무상급식에 대한 서울시 주민투표(8월 24일) 과정에서 “오세훈 시장은 계백장군”이라며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했던 오 시장 편에 섰다. 그런 나 후보가 1일 서울 중곡초등학교 학부모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무상복지와 전면 무상급식은 반대한다”고 한 게 박 전 대표 측을 자극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 주변에선 “나 후보가 자꾸 다른 생각을 밝히는데 굳이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런 분위기를 파악한 김 전 총장은 5일 나 후보를 만나 “무상급식 문제는 지자체에 맡기기로 한다는 걸 당론으로 할 테니 당인으로서 수용해 달라”고 주문했고, 나 후보로부터 “그렇게 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그런 다음 박 전 대표와 접촉해 “나 후보도 복지 당론을 따른다고 하니 선거 지원을 해 달라”고 요청했고, 박 전 대표의 승낙을 얻어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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