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 독재 맞서 투옥 → 망명 반복 … 아프리카 첫 여성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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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적 선거에 의해 최초로 여성 대통령에 선출된 라이베리아의 엘런 존슨 설리프(오른쪽)가 2006년 1월 취임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라이베리아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투사로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에 선정된 설리프 대통령은 11일 재선에 도전한다. [먼로비아 AP=연합뉴스]

엘런 존슨 설리프(72)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민주선거를 통해 선출된 첫 여성 대통령이다. 두 차례의 투옥과 해외망명을 겪고도 라이베리아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투사다. ‘철의 여성’으로 불린다. 설리프는 “라이베리아 전 국민을 대신해 이 상을 받겠다. 이 상의 주인공은 우리 국민”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서 태어난 그는 17세에 결혼, 4명의 아들을 낳은 뒤 대학에 들어갔다. 모국의 서아프리카 대학과 미국의 위스콘신대·콜로라도대를 거쳐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 뒤 세계은행과 유엔개발계획(UNDP) 아프리카 국장을 지내다 1970년대 후반 윌리엄 톨베르트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냈다. 그는 “여성은 남성보다 노력할 수 있는 존재”라는 신조를 마음에 새기며 아내와 어머니·공직자의 1인3역을 해냈다.

 그러나 톨베르트 대통령이 암살된 뒤 쿠데타로 집권한 새뮤얼 도 군사정권에 맞서다 내란죄와 반역죄로 두 차례 투옥됐다. 90년대 들어 찰스 테일러의 군사정권이 들어서자 두 차례나 케냐로 망명했다가 97년 귀국, 테일러와 대선에서 맞붙기도 했다. 2005년 대선에서 축구 스타인 조지 웨아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취임 뒤엔 공약대로 경찰청장에 여성을 임명했으며 전체 경찰의 20%를 여성으로 채운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법무·재무·상무·청소년스포츠 장관 등에 여성을 기용했다. 2003년까지 14년간 계속된 내전으로 황폐해진 라이베리아의 재건과 함께 교육 확충, 특히 여성교육에 주력했다. 11일 재임을 위한 대통령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 노벨 평화상 수상으로 재선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

박소영·류정화·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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