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표준말로 한번 읽고, 사투리로 한번 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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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눈 오는 날, 젖소 아줌마와 당나귀 아저씨는 추위에 떨던 작은 짐승들을 마구간으로 들입니다. 갈 곳 없던 만삭의 아줌마와 아저씨에게도 짐승들은 한 걸음 물러나 자리를 내어줍니다. 엠마누엘레 베르토시가 쓰고 그린 『눈 오는 날-장서리 내린 날』(북극곰)은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떠올리는 따뜻한 책입니다. 원작엔 이탈리아 표준말과 북동쪽 지방 프리울리 사투리가 나란히 적혔습니다. 한글판에선 김은정이 표준말로, 소설가 이순원이 강원도 사투리로 옮겼습니다.

 아저씨가 마구간 문을 두드리며 짐승들에게 이렇게 부탁합니다. “한데 날쎄가 아주 한추가 나는데 우리 안들이 곧 언나를 낳을 그 같애요. 온 오랍들이를 휘젓고 댕겠지만 아무도 우릴 방구워하지 않잖소.(바깥 날씨는 너무 추운데 아내는 곧 아기를 낳을 것 같아요. 온 마을을 헤맸지만 아무도 우릴 반기지 않아요.)”

 출판사 홈페이지(www.bookgoodcome.com)에서 이순원 작가가 구수한 사투리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투리를 품으니 우리말이 더 넉넉해집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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