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밸리는 지금] 벤처 사내커플 '선물 대박'

중앙일보

입력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유니텔 사장실에서는 이색 행사가 열렸다.

이날 강세호 대표는 27일 결혼하는 사내커플 김홍근.김윤희씨에게 개인 돈 2백만원을 축의금으로 전달했다. 또 자신의 승용차를 웨딩 카로 제공하고 결혼식 장면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

姜대표는 "회사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회사에 나오는 것이 즐거울 것이고 저절로 애사심이 생길 것 같아 사내결혼을 장려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3월 입사한 신입사원 50명 가운데 벌써 3쌍의 사내커플이 생겼다고 한다.

인터넷회사인 인츠닷컴에서도 사내커플 바람이 불고 있다. 이진성 사장이 최근 "사내결혼을 하는 직원에게는 개인 돈 1천만원을 주겠다" 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사내 커플에게 세계일주여행을 시켜주고, 이들이 자녀 이름을 '다음' 으로 지으면 그 자녀가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학자금을 대주는 복지제도를 도입했다.

예전엔 회사가 "분위기를 해치고 업무를 방해한다" 며 사내커플에게 은근히 눈치를 주었는데 요즘 벤처기업에선 사내커플을 장려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왜 그럴까?

이들 업체가 꼽는 첫번째 이유가 애사심(愛社心)이다. 연봉계약과 자유로운 이직 등이 특징인 벤처기업에서 애사심을 유달리 강조하는 이유는 딴 곳에 있다.

닷컴기업 거품론으로 주식시장이 폭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술렁이는 직원들을 진정시킬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직률이 심한 벤처기업 속성상 시장이 침체됐다고 회사 분위기도 '썰렁' 해지면 인력 이탈 현상은 걷잡을 수 없다.

그러나 "복지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회사와 사장의 비전" 이라는 한 직원의 말은 벤처기업 경영진들이 새겨 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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