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기관 법인카드 ‘카드깡’ … 공정위 차관보급 카지노 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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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회사원의 연금·복지업무를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이사장 신영철)의 동해시 강원케어센터에서 근무하는 정모(55) 차장은 2009년 6월 3일 출근 직후인 오전 9시 사무실을 나섰다. 그는 곧바로 정선 강원랜드로 향했다. 명목상으로는 출장이었다. 강원랜드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2분. 정 차장은 이날 오후 2시쯤 근무지로 다시 향했다. 정 차장이 이처럼 근무 중 도박을 한 횟수는 2008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6차례에 달했다.

 이런 실태는 감사원이 지난해 말 실시한 ‘공직자 카지노 출입 관련 비리점검’ 감사 결과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희덕(민주노동당) 의원은 5일 국정감사에서 공무원들의 업무 중 도박 실태를 공개하고 “솜방망이 처벌이 안이한 근무 태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 자료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에서만 6명이 적발됐다. 태백지사에 근무했던 또 다른 정모 차장은 2년간 19차례 강원랜드에서 도박을 즐겼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에서 교육을 받던 중 무단 이탈해 강원랜드로 달려갔다.

 병원 치료를 핑계로 카지노로 간 직원도 있었다. 태백지사에서 산재보험 납부 지원 업무를 해 왔던 4급 직원 김모씨는 2010년 8월 24일부터 4일간 교통사고를 사유로 병가 승인을 받았다. 그러고는 두 번이나 강원랜드를 찾아 밤늦게까지 블랙잭 게임에 열중했다.

 감사원은 이날 최근 4년간 평일에 20차례 이상 카지노를 출입한 공직자 중 회계담당, 5급 이상, 안전관리분야 근무자 등 465명을 중점 감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 중 100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188명의 비위 사실을 소속 기관장에 통보했다.

 특히 법인카드로 이른바 ‘카드깡’까지 해 도박을 한 공정거래위원회 차관보급 A씨에 대해서는 파면을 요구하고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A씨는 2009∼2010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규제개혁추진단에 근무하면서 38차례에 걸쳐 근무지 또는 출장지를 이탈해 강원랜드를 찾았다. A씨는 지난해 11월 감사원에 카지노 무단출입 사실이 적발돼 대기 발령됐으면서도 10일간 7차례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직무 관련자에게 빌린 1200만원과 업무용 법인카드로 식비 등을 결제한 것처럼 카드깡을 한 8500여만원을 카지노에서 사용했다.

 감사원이 징계 등의 조치를 요구한 288명 중에는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교수 7명, 교사 17명과 경찰 23명도 포함됐다.

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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