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kg 거구 공화당 대선후보 나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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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출마가 점쳐지고 있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지난달 27일 크리스 크리스티 미국 뉴저지 주지사가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축하 연설을 하고 난 뒤 한 지지 여성은 그에게 애원했다. “내 딸과 손자, 그리고 아들들을 위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달라. 우리는 당신이 필요하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공화당 지지자들이 크리스티 주지사에게 출마를 종용하고 있다. 이유는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와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2파전으로 진행되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전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다크호스라고 예상됐던 페리가 TV 토론에서 잇따른 말실수로 삐거덕거리고, 롬니는 ‘백인 오바마’라는 별명이 보여주듯 공화당 후보로서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연방 검사 출신으로 2009년 민주당의 아성인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크리스티는 증세 없이도 주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한 점 때문에 경제 이슈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위협할 수 있는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다. 1962년생으로 오바마보다 한 살이 적어 젊고 신선하다는 강점도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선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루퍼트 머독 등이 크리스티의 후견인을 자처하며 출마를 압박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키신저는 올해 한 후원금 모집 행사에 크리스티와 함께 참석해 “이 사람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아주 중요하니 꼭 후원해야 한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문제는 크리스티가 수차례 내년 대선 불출마를 언급해왔다는 점이다. 크리스티 진영은 그동안 2016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한 전략을 짜왔다. 하지만 휘청거리는 경제 때문에 오바마 지지율이 40% 선을 밑돌면서 캠프 내에서조차 출마 시기를 4년 앞당기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모는 “크리스티가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며 “결정만 내린다면 캠프는 24시간 내에 즉각 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미 언론들은 100㎏이 훌쩍 넘는 크리스티의 몸무게를 거론하며 대중 지지도와 비만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화제 기사도 쏟아놓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일자에서 1908년 당선한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대통령 이래 100여 년 만에 300파운드(136㎏)에 육박하는 대통령 지망생이 등장할 가능성을 분석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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