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유니세프 문화예술인 클럽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뉴욕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유엔공보처 진흥섭외국장으로 일하던 구삼열 대표를 처음 만났다. 훤칠한 키에 깔끔한 용모, 영국 신사 같은 첫인상은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언제 어떤 장소에서 만나도 어제 본 듯 친근하고 반가운 사람. 나는 내 앵글 속 수많은 모델 중에서 그를 ‘최고의 모델’로 꼽는다.
PORTRAIT ESSAY 이은주의 사진으로 만난 인연
그는 1960년대 말 코리아헤럴드 정치부 기자 시절 이동원 외무장관의 유엔 방문에 동행했다가 뉴욕이 바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라 확신했다고 했다. 이어 AP 미국 본사 기자로, 유엔 특파원과 유럽 특파원을 거쳐 한국인 최초로 유엔본부에 입성하는 신화를 만들어낸 그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유니세프 홍보대사인 로저 무어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구 대표는 이때 로저 무어의 청와대 수행을 나에게 맡겨주었다. 덕분에 세계적 스타를 코앞에서 만나는 행운도 누렸다. 요즘도 가끔 로저 무어와 촬영한 사진을 꺼내보면서 나는 그에게 ‘감사’의 텔레파시를 보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