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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박경철의 청춘 치료 ‘창의의 시대, 스펙 쌓기는 낡은 관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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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자기 혁명

박경철 지음, 리더스북

399쪽, 1만6000원

최근 우리 사회에 돌풍을 일으켰던 서울대 안철수 교수의 최측근 박경철(46)씨는 지난 6년 중·고교와 대학가를 주로 돌았다. 그의 책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2』가 학교 권장도서로 선정된 이후 저자 초청 강연이 잇따른 까닭인데, 당시 한 고교생이 그에게 물었다. “나름 공부하고 있지만, 이렇게 한다고 해도 좋은 대학과 직장을 얻을 수 없다는 걸 잘 압니다.”

 이 땅 청춘들이 느끼는 좌절의 늪이 그 정도다. 물론 소통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지도가 꽤 높아진 지금 학생들은 교복·체육복 위에 저자 사인을 해달라면서 박경철에게 등짝을 불쑥 내밀곤 했다. 『자기 혁명』은 이런 강연 현장에서 썼다. 그에게 멘토 역할을 기대해온 학생들의 바람과 아픔,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장외(場外) 교사’ 박경철의 메시지다.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진입한 이 책은 일단 이 시대 청춘을 위한 자기계발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와 얼추 비슷하다. 그들이 골머리 앓는 공부에 대한 조언을 담았다. 학습이란 ‘학(學)+습(習)’이라고 강조한다. 교실에서 달달 외우는 걸로 그쳐선 안 되며, 그걸 몸에 붙여 습관화할 때 진짜 공부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습’이란 “가슴 뛰는 열정”(282쪽)이기도 해서 사회적 실천 노력 내지 넓은 세상에 대한 탐험의지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스펙 쌓기 열풍은 어찌 봐야 할까. 그건 모방의 시대가 낳은 낡은 관습인데, 요즘은 창의의 시대다. 때문에 옛 세대의 성공 방정식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 동시에 그는 “네가 네 삶의 주인공인가” “너는 복제물인가 원본의 삶을 사는가” 등을 묻는다.

 박경철은 외과전문의. 시골의사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어느덧 청년들을 위한 교사로 등장한 셈이다.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등 베스트셀러를 펴낸 투자 분석가이며, 라디오 진행자로도 활동했다. 책 곳곳에 그런 흔적이 노출돼 있다. 즉, 사회비판에도 능한 저자는 “시장 만능주의가 미래를 어둡게 한다”며 은근히 신자유주의를 겨냥한다. “토목사업에만 관심 있는” 한국사회 비판도 빠지지 않는다. 리버럴 지식인의 단골 비판 품목인데, 세상의 모든 현안에 답을 제시하려 드는 태도는 좀 민망하다.

 저자는 정당한 공분(公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보다 더 격한 목소리가 담긴『88만원 세대』(우석훈)보다 훨씬 순화됐지만 그게 균형 잡힌 것인지, 방향 없는 분노의 증폭인지는 좀 의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책의 상당수는 안철수와 함께한 청춘 콘서트를 반영했다. 즉 30개 도시 젊은이들과 소통했던 내용이라는 점에서 일단은 연구대상이다. 2000년대 초반 사회 분위기 점검에 요긴한 텍스트란 말이다.

 기회에 물어보자. 누가 박경철·우석훈만큼 외롭고 쓸쓸한 이 땅의 청춘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눈빛을 보냈을까. 개탄만 하는 기성세대가 반성해볼 대목이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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