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도난·분실땐 고객도 책임

중앙일보

입력

회사원 A씨는 회사 직원숙소에 걸어둔 옷 속의 신용카드가 분실된 것을 알고 즉시 카드회사에 신고했으나 분실 후 다른 사람이 부정사용한 금액의 절반을 물어내야 했다.

카드회사가 잠금장치도 없는 곳에 카드를 부주의하게 보관한 책임을 물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주부 B씨의 경우 은행 현금자동지급기(CD)에서 돈을 찾은 뒤 깜빡 잊고 카드를 챙기지 못하는 바람에 부정사용액의 30%를 물어냈다.

역시 카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카드회사측이 맞선 결과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다가 분실 또는 도난당해 부정사용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현행법은 신고일을 기준으로 15일 이전까지는 카드회사가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고객이 20일에 분실신고를 했다면 6일부터 20일 사이에 다른 사람이 부정사용한 금액은 카드회사가 모두 떠안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회원의 고의 또는 중대 과실이 있거나▶카드를 대여.담보제공.불법대출에 이용하고▶카드에 서명하지 않은 경우 등은 예외적으로 고객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카드회사마다 책임분담에 대한 내부기준을 마련, 적용하고 있으나 회사에 따라 사안에 따라 분담비율이 서로 다르다 보니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객 입장에선 가능한 한 주의를 기울여 분실.도난을 예방하는 게 최선의 방책인 셈이다.

◇ 고객이 전액 물어내야 할 경우〓고객의 고의성이 명백하게 입증되거나 과실이 매우 큰 경우 사고금액의 1백%를 다 물어내야 한다.

고객이 가족.친구.동료 등에게 카드를 빌려줘 이들이 사용하다 분실한 경우, 고객의 주변인물이 임의로 카드를 가져가 사용한 사실을 고객이 알면서도 모른 척한 경우, 카드에 서명을 하지 않은 채 사용하다 분실한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다만 비씨카드는 분실.도난신고 때 고객이 미리 카드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50%만 책임을 지운다.

◇ 고객이 일부 물어내는 경우〓분실 또는 도난 사실을 정당한 이유 없이 즉시 신고하지 않는 경우 지연 정도에 따라 사고금액의 일부를 물어내야 한다.

카드회사에서 정당한 이유로 인정하는 경우는 부모님 상을 당해 정신이 없다가 3일 후에야 분실 사실을 알았다든가, 기차를 탄 뒤 지갑을 열어보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발견했다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는 경우에 한한다.

막연히 바빠서 못했다든지 하는 개인적인 이유는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또 수영장.목욕탕의 로커, 주차장의 차 안 등 공중장소에 카드를 두었다가 잃어버려도 고늉“?책임을 일부 묻는다.

만약 현장에 '귀중품은 따로 맡겨야 하며 분실 때 책임을 지지 않는다' 는 등의 주의문구가 붙어 있다면 고객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고 카드회사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밖에 만취상태에서 옷을 잃어버렸는데 옷 속에 카드가 있었다거나, 유흥업소.식당 등에서 본인이 보지 않는 상태에서 카드결제를 했다가 발생한 사고도 고객이 일부 물어내야 한다.

◇ 카드회사와 고객간 분쟁이 합의가 안되면〓책임분담 비율에 대해 고객과 카드회사간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금융감독원의 소비자상담실(02-3786-8700~4)에 신청하면 상담원이 중재를 해준다.

중재해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올려 판결을 받게 된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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