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 - 수산중공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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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사장과 노조위원장이 회식 때마다 소주잔을 부딪히며 서로 ‘형님’ ‘동생’하며 가족처럼 지내는 회사가 있다. 경기도 오산에 있는 직원 수 196명의 중소기업 ㈜수산중공업 얘기다. 이 회사는 암반공사장이나 컨테이너 등을 옮길 때 각각 사용되는 유압브레이카와 카고크레인 등을 만든다. 한 해 1000억원 정도의 매출 중 60~70%를 해외에서 올리는 정도의 강소기업이다.

 이 회사 노사는 8년째 무분규 타협 전통을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강성투쟁·총파업·부도·법정관리 등 최악의 노사 갈등을 겪었다.

1980년대 후반 설립된 수산중공업의 노조는 출범 무렵부터 경기도 화성과 오산 일대에서 강성노조로 손꼽혔다. 5월 초 노동절 무렵이면 가장 먼저 파업하고 가장 늦게 타협했다. 회사 역시 노조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매섭게 몰아붙이는 데만 골몰했다.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상황에서 98년 외환위기 여파가 본격화했다. 사측은 구조조정을 앞세워 노조를 몰아세웠고, 노조는 30일간의 총파업으로 맞섰다. 결과는 공멸이었다. 회사가 순식간에 부도를 냈고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최춘룡 노조위원장은 “노사가 싸우다 회사가 지옥으로 떨어졌다”며 “회사 없이는 노조도 없다는 걸 뼈저리게 체험했다”고 말했다. 노사 관계의 변화는 2002년 정석현 회장이 법정관리 중이던 회사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정 회장은 당시 “회사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역시 직원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직원들의 복지를 부도 이전 수준으로 복원했다. 노조는 임금을 동결하고 성과급(기본급 300%)을 반납했다. 또 생산성 향상으로 화답했다. 노동생산성이 이후 연평균 10% 정도씩 높아졌다. 2008년에는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최고의 성과를 냈다. 회사는 모든 직원의 상해보험 가입, 자녀학자금 지원, 사원아파트 운영 등의 복지를 확대했다.

 노사는 최근엔 생산 물량이 줄어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도 직원을 줄이지 않고 능력개발 훈련 등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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