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상 혼자만 올해 2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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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 스타 홍순상(30·SK텔레콤·사진)이 한국 프로골프 투어(KGT)의 군웅할거 시대를 끝냈다.

 홍순상은 25일 경기도 여주의 캐슬파인골프장에서 매치플레이로 벌어진 먼싱웨어 챔피언십 결승에서 박도규(41·투어스테이지)를 4홀 차로 꺾고 우승했다. 지난해와 올해 KGT에서 한 시즌 2승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없었다. 홍순상이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2년 만에 첫 다승(多勝) 선수가 됐다. 홍순상은 상금(3억7780만원) 순위와 대상 포인트(3070점)에서도 김경태(25·신한금융그룹)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시즌 중간이지만 홍순상이 상금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GT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남 스타가 진정한 간판 스타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결승에서 만난 ‘집게그립’ 박도규는 이번 대회에서 퍼트가 유난히 좋았다. 그러나 믿었던 퍼트가 박도규의 발목을 잡았다. 박도규는 첫 홀에서 3퍼트를 하면서 홀을 잃었다. 두 번째 홀에서 1.5m 버디 퍼트를 실패했다. 12번 홀에서도 비슷한 거리에서 버디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14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아깝게 뺀 뒤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오전보다 그린 스피드가 느려졌는데 적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홍순상은 지난해 이 대회 8강전에서도 박도규를 이겼다. 그러나 고전했다. 다 이긴 경기를 따라잡혀 연장에서 겨우 이겼다. 4강에서는 강경남(28·우리투자증권)에게 무릎을 꿇었다. 홍순상은 “지난해에는 몰랐던 매치플레이의 승리 비결을 지금은 알고 있다”고 했다. 비결은 공개하지 않았다. “은퇴한 뒤 20년 후 후배들에게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도규는 “홍순상의 어드레스 직전 그의 캐디가 ‘형’이라고 부르면 순상이가 ‘응’ 하면서 어드레스하고 공을 치는데 그게 무척 신경쓰이더라”며 “혹시 그게 작전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홍순상은 경기 내내 철저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를 따르던 많은 여성 갤러리가 아쉬워했다. 그러나 15번 홀에서 버디에 성공해 4홀 차의 대승을 확정하고 나서는 밝게 웃었다. 해병대 출신에 무뚝뚝한 성격답지 않게 카메라를 향해 키스를 날리는 팬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홍순상은 “겨울 훈련 때 최경주 선배 집에 가서 들은 이런저런 얘기가 도움이 됐다”고 했다. 홍순상은 올해 미국 대신 유러피언 투어 Q스쿨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유럽 선수 중에서 메이저 우승을 하는 선수가 많이 나온다. 유럽이 일정과 코스가 더 어렵고 그래서 강한 선수가 나오는 것 같다. 꼭 유러피언 투어 Q스쿨을 통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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