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뉴스] 인터넷 경매

중앙일보

입력

배정국(42)씨는 지난주 인터넷 경매를 통해 마음에 드는 중고 골프채를 15만원에 샀다.

사흘 만에 배달된 골프채를 받아본 배씨는 "생각보다 싸게 산 데다 골프용품 가게를 돌아다니는 번거로움도 덜었다" 며 만족해했다.

그는 "여름 휴가 때는 인터넷 경매에 나온 값싼 해외여행 상품을 골라 볼 생각" 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기업들의 수익모델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온라인 경매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돼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벤처 투자업계의 거물인 존 도는 "인터넷 공간에서 경매만큼 확실한 성장분야가 없다" 고 말했다.

하나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2년 국내 인터넷 경매시장은 지난해의 20배 수준인 1조4천억원대로 급성장할 전망. 앞으로는 개인들간의 거래뿐만 아니라 기업과 공공기관들도 인터넷 경매를 통한 물자 조달을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에 개설된 인터넷 경매사이트는 1백여개. 선발 주자인 옥션이 업계를 선도하는 가운데 와와컴.이세일.셀피아.와코머스.삼성물산 등이 후발 주자로 추격하고 있다.

옥션의 배동철 기획이사는 "회원수가 90만명에 이르고 등록된 경매 물건도 20만건을 넘어섰다" 며 "올해 1천3백억원의 매출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 경매에서 주로 거래되는 상품은 컴퓨터.가전제품과 골프용품. 아직은 중고제품이 많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경매에서 신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기업들이 인터넷 경매를 새로운 판매 루트의 하나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또 비행기 티켓.호텔.렌터카 등 여행관련 상품의 경매와 기술.특허.인터넷 도메인 등 무형 자산의 경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달 초에는 옥션의 이금용 사장과의 점심식사 티켓이 10만2천원에 낙찰됐고, 스타 크래프트 게임 전문가인 쌈장과의 시합 티켓이 6만3천원에 낙찰됐다.

이 밖에 프로 골퍼와의 라운딩과 바둑 전문기사와의 대국, 주식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대박'' 과의 점심식사 티켓도 현재 경매가 진행중이다.

인터넷 경매에 걸리는 기간은 3일~보름 정도. 미국은 개인수표가 발달돼 경매업체가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에 그치지만, 국내 업체들은 매매보호를 위해 낙찰대금 결제까지 개입하는 게 특징.

가령 미국에서는 배달된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표지불을 정지시키고 반품하면 되지만, 국내 업체들은 낙찰대금을 온라인으로 송금받은 뒤 낙찰자에게 배달받은 상품이 마음에 드는지를 확인하고 은행계좌로 이체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인터넷 경매의 수수료는 업체마다 다르다.

초기단계에서는 회원모집을 위해 수수료를 받지 않는 업체들이 대부분이지만 회원수가 늘어나면 수수료를 높이는 수순을 밟는다.

경매대금의 1.5%를 수수료로 받고 있는 옥션의 경우 회원이 1백만명을 돌파하면 수수료를 3%로 올릴 계획이다.

미국 최대의 인터넷 경매업체인 E베이의 경매 수수료는 거래대금의 6%나 된다.

인터넷 경매에서는 수수료가 적다고 꼭 유리한 것은 아니다.

많은 회원들이 경매에 참가하면 그만큼 비싼 가격으로 팔릴 가능성이 커지고, 입찰자도 한 사이트에서 다양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나경제연구소는 "인터넷 경매업체에서 중요한 요소는 시장 선점과 매출 증가율" 이라며 "시장선점에 성공한 회사에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된다" 고 지적했다.

초기 단계인 국내 시장에서 인터넷 경매의 성사율은 의외로 높다. 국내 업체들의 경매성사율은 평균 35%로 나타나 E베이(28%)를 앞서고 있다.

옥션의 李사장은 "많은 회원수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미국 업체들이 국내에 몰려와도 독특한 매매보호장치와 높은 경매성사율로 시장 방어가 가능할 것" 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한발 앞서 인터넷 경매시장을 개척한 미국 업체들이 역경매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특허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국내 업체들이 특허분쟁에 휘말릴 소지도 있다.

또 음란물이나 훔친 물건 등을 경매 사이트를 통해 거래하는 경우도 생겨나 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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