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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돼도 좋아요’ 음반사 직접 차린 김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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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피아니스트 김대진이 음반과 공연으로 돌아온다. 각각 7년, 3년 만이다. 한국 처음으로 ‘1인 음반사’를 차린 그는 슈베르트 소나타로 음반을 내고 전국 4개 도시에서 독주회를 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피아니스트 김대진(49)씨가 최근 사업자등록 신청을 내고 음반사를 만들었다. 이름은 ‘Cantus(칸투스·노래)’. 로고 디자인은 친척에게 부탁했고, 유통사 없이 자신의 연주회장마다 ‘보따리’로 들고 다니며 팔기로 했다.

 피아니스트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손열음·김선욱을 길러낸 교육자, 수원시립교향악단 지휘자, 피아노 페스티벌 음악감독, 음악회 해설자 등 지금 하는 일만 해도 벅찰 터다. 그런데 음반사 ‘사장’까지?

 김씨는 “피아니스트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것”이라 말했다. ‘칸투스’는 오직 김씨의 피아노 앨범만 내는 음반사다. “남의 음반까지 만들어서 장사하는 것 아니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음악만 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했다.

 그의 첫 음반엔 슈베르트 소나타 두 곡(D 664·784)과 독일 무곡이 담겼다.

 “7년 만에 내는 음반이다. 이전에는 대형 음반사와 작업도 해봤지만, 이렇게 슈베르트 소나타로만 된 음반은 잘 팔리지 않아 외면된다. 아주 대중적이거나, 오히려 어려운 음악만 ‘팔린다’. 그래서 내가 직접 하는 거다. 몇 년 동안 구상한 일이다.”

 ‘예술성’을 강조하는 연주자들이 자신의 음반 레이블을 만드는 것은 세계적 유행이다. 바로크 악기인 비올라 다 감바를 연주하는 조르디 사발이 1998년 ‘알리아 복스(ALIA VOX)’를 만들며 흐름이 시작됐다. 소프라노 바바라 헨드릭스는 음반사 ‘아르테 베룸(Arte Verum)’을 2007년 세웠다. 런던 심포니·로열 콘서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등도 자체 음반사를 만들어 앨범을 낸다.

 김씨의 음반사는 한국 클래식계의 첫 ‘1인 레이블’이다. 피아노 연주뿐 아니라 프로듀싱까지 직접 한 그는 “이렇게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가르치는 것, 지휘 모두 책임감이 막중하다. 하지만 피아노 연주는 오로지 나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피아노 앞에서 연습을 하는데, 기분이 굉장히 좋다.”

 그는 스스로 “연습을 아주 많이 한 피아니스트”라 한다. 재능보다 노력이 훨씬 크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성공한 경력만 알지만 사실 콩쿠르도 숱하게 떨어지고, 실패도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음악의 한 구절을 연주하는 방법만 10여 가지를 가지고 있을 정도의 ‘연구가’다. 이처럼 연습으로 단련된 그를 두고 87년 뉴욕타임스는 “독주자가 되기 위한 모든 능력을 갖췄다”는 호평을 썼다.

 11세에 피아니스트로 데뷔했던 김씨는 줄리아드 음대 재학 시절 클리블랜드 콩쿠르에서 1위에 올랐고, 한국에 돌아와 베토벤 협주곡 전곡(5곡)을 하루에, 모차르트 협주곡 전곡(27곡)을 3년 동안 연주해 화제가 됐다.

 이번 음반은 이 같은 피아니스트 김대진의 부활이다. 음반 발매에 맞춰 다음 달 전국 4개 도시에서 독주회를 연다. “젊은 시절엔 내 음악이 잘 전달될까 조바심이 있었다. 하지만 50대에 접어든 지금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젠 균형을 잡게 된 것 같다.”

 이번 독주회에선 음반에 들어간 슈베르트 소나타 두 곡과 쇼팽의 발라드 네 곡을 들려준다. “제자들이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 들을 땐 너무 떨려서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라는 ‘선생 김대진’이 “스스로에게 충실할 수 있어 무한히 행복하다”며 ‘독주자 김대진’으로 변신하는 무대다.

 ◆김대진 독주회=25일 성남아트센터, 10월 2일 부산문화회관, 5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02-2658-3546. 8일 서울 예술의전당, 02-580-1300.

글=김호정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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