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잘못에 지나치게 반응하는 건 暴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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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호 14면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는 “루머보다 빠른 것은 없다”고 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루머의 확산은 더 빨라졌다. 세계적인 프라이버시법 권위자인 다니엘 솔로브 조지 워싱턴대 법대 석좌교수는 우리말로도 번역된 『인터넷 세상과 평판의 미래(The Future of Reputation:Gossip, Rumor, and Privacy on the Internet)』에서 인터넷 시대에 전개되는 루머와 프라이버시의 관계에 대해 다뤘다. 그를 17일 인터뷰했다.

루머와 프라이버시

-인터넷의 등장으로 루머의 양상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전 세계에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루머를 확산하는 게 가능해졌다. 루머 기록은 인터넷에 남기 때문에 항구적인 것이 됐다. 자신에 대한 루머를 피해 다른 나라로 이주해도 소용없다.”

-루머의 긍정적 기능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어떻게 되나.
“사람 정보는 많은 게 좋다는 의견도 있겠지만 정황(context)이 배제된 채 루머·가십 등 파편적인 정보만 가지고 남에 대해 판단하는 게 문제다. 어떤 사람에 대한 전체 스토리가 있어야 훨씬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사람들은 위선적이라 이중 기준(double standard)을 적용하기 때문에 자신도 똑같은 일을 저지르지만 남에게만 낙인을 찍는다. 인터넷에 정보가 많다고 해서 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

-인터넷 덕분에 루머의 진실을 밝히는 게 더 쉽지 않나.
“좋은 정보로 나쁜 정보를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진짜 정보를 보여줘도 가짜 정보를 수정하지 않는다. 나쁜 정보가 더 오래 남고 더 주목받는다. 나쁜 정보가 더 흥미진진하다. 루머를 엔터테인먼트로 받아들이면 진실에 대해 알아보겠다는 의욕이 더 감퇴되는 것이다.”

-나쁜 행실이 인터넷에 폭로될 가능성 때문에 사람들이 더 도덕적이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인간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 속도 위반의 경우를 보자. 걸리는 사람과 안 걸리는 사람이 있다. 간통으로 가정이 망가질 수 있지만 간통이 불법일 때에도 간통은 있었다. 자신에 대한 정보가 대량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도 행실이 바뀌지 않는다.”

-인터넷에 대한 법적 장치의 미래에 대해 낙관하는가.
“현재까지는 법적인 대응이 적절하지 않았다. 앞으로 전망에 대해서도 낙관하지 않는다. 법의 정비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법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리라는 희망은 갖고 있다.”

-루머, 프라이버시, 표현의 자유는 어떤 관계인가.
“루머는 당신에 대한, 검증되지 않았으며 종종 잘못된 정보다. 프라이버시는 당신에 대한 진짜 정보다. 당신의 평판은 거짓인 루머뿐만 아니라 당신이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은 진실인 프라이버시의 노출로 인해 손상될 수 있다. 예컨대 당신의 친구가 자서전에서 당신의 언행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쓴다면 당신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이뤄질 수 있다.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결과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것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다 말할 수 있어야 하는지, 제약해야 하는지 매우 어려운 균형을 잡아야 한다.”

-어떤 네티즌들은 스스로 ‘정보 정의(正義)’를 구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법을 스스로 집행하는 것과 같다. 남의 잘못에 지나치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폭민(暴民·mob)이다. 한국에서 발생한 개똥녀 케이스만 봐도 사람들의 반응은 통제를 벗어났다. 사적인 제재를 가하는 정의(vigilante justice)는 문명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다.”

-최근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teachprivacy.com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젊은 세대가 인터넷 시대에 적응할 수 있게 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강력한 테크놀로지일수록 책임 있게 사용해야 폐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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