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등 임시처방 남발 경제정책 뒤엉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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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경제정책이 자꾸 꼬여가고 있다.

투신.은행.기업 등 큰 부실을 앞에 놓고 신속.과감한 결정을 미루고 있는 가운데 증시는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증시 때문에 금리를 억지로 눌러놓은 상태에서 성장 전망이 계속 상향 수정되며 수입이 크게 늘어 국제수지 흑자가 걱정되자 이번엔 흑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장을 애써 외면한 채 주가 회복에만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의 일관성.집행시기도 문제지만 최근의 대응방식 때문에 시장과 괴리된 '정책의 불확실성' 이 커져가고 있는 것이 증시 회복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지적이 정부 안에서도 나오고 있다. 개각 여부가 불투명해 인사의 불확실성도 크다.

그러니 뚜렷한 장기 비전 없이 단기 대응에 급급해 시장의 신뢰를 더 잃는 경우가 많다고 김준일(金俊逸)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위원은 지적한다.

정부는 고성장을 유지하면서도 올해 경상수지 흑자 목표 1백20억달러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정운찬(경제학부)교수는 "구조조정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이자율을 낮게 묶어둔다든가, 주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서는 안된다" 고 지적했다.

금리.환율.주가 등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기되 매우 걱정스러운 수준에 이를 때에만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흑자 기조를 유지하려면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5~6%)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거시 정책 목표의 조합을 새로 짜보기 위한 진지한 검토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실 정리를 위한 공적자금 추가 투입 문제는 혼란스러운 정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공적자금이 바닥났는데도 40조원 정도가 더 든다는 이 자금을 어떻게 언제 조성할지 아직 책임있는 말이 없고, 하는 말도 서로 다르다.

전문가들은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개혁의 고삐를 다잡기 위해선 원칙을 지키면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 오성환(경제학부)교수는 "정부가 시장의 충격을 줄인다면서 대증요법식 단기처방만 일삼는다면 시장은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 며 "경제정책이란 정부가 시장과 교감하는 상호작용에 따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것" 이라고 말했다.

박의준.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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