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밝힌 전주의 '디지털 삼인삼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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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하는 영화제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프로젝트 '디지털 삼인삼색' 은 과연 어떤 색깔을 담고 있을까? 봄기운이 화창했던 1일 의문과 기대를 안고 이번 영화제의 디지털 상영장 덕진예술회관을 찾았다.

'디지털 삼인삼색'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옴니버스 형태로 세 편의 단편 디지털의 제작,지원,배급을 지원한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 한국의 박광수,김윤태 감독, 중국의 장위엔 감독이 참여했다.

예상대로 좌석은 매진. 겨우 들어간 상영장 안에서 디지털 영화에 대한 많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긴장된 표정의 박광수 감독의 모습과 디지털로 상영되는 한국 영화를 보기 위해 찾아 온 장선우,홍상수 감독도 눈에 띄었다.

삼인삼색의 첫번째 색. 장난기 가득한 박광수 감독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던 박광수 감독의 영화 〈빤스 벗고 덤벼라〉

영화는 내내 영화 속 디지털 영화를 찍는 촬영현장의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담고 있다. 영화 속 영화의 감독 역시 박광수 감독이다. 보는 관객은 웃을 수 밖에 없지만, 영화 속 여주인공은 심각하다. 그 동안 꿈꿔온 진지한 영화에 출연하게 된 에로배우 출신의 여주인공. 그러나 처음의 기대와 달리 첫날부터 정사씬을 찍게 되고 기대와 현실이 충돌하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게 된다.

두번째 색〈달 세뇨-밤의 이름〉은 어느 새벽 택시 기사 '안'이 깨어난 시점에서 시작된다. 하루밤 사이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그는 끊임없이 과거를 넘나들며 새로운 인물을 만나고 과거의 사람과 조우한다.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안'. 과거와 현실도 영화안에서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고 있다. 실험영화를 주로 만들어 온 김윤태 감독의 작품답게 영화는 난해하고 호흡이 길다.

성전환 수술을 통해 여성으로 다시 태어난 중국 현대 무용가 진싱의 실화를 다룬〈진싱 파일〉은 인터뷰 형식의 다큐멘터리. 중국의 장위엔 감독은 그녀를 통해 여성,남성이 아닌 한 인간의 이야기를 해 나간다. 감독의 인간을 향한 깊이있는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디지털로 제작,상영된 세편의 단편영화를 보면서 기존 필름방식이 주는 섬세한 화면과 약간의 차이를 느꼈지만 디지털 영화의 긍정적인 미래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상영후 박광수,김윤태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짤막한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박광수 감독과의 일문일답

- 박광수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가볍고 유머러스한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디지털 장편영화를 제작할 의향은 있는지.

"이전 영화들에도 장난기가 많았었다(웃음). 원래 디지털 영화제작을 준비하고 있던 차에 전주국제영화제 측의 제안을 받게 되었다. 준비중이던 두 편을 섞어서 이번 영화를 만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다."

- 중간중간 35mm필름을 삽입한 것이 눈에 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글쎄..특별한 의미는 없다. 35mm필름으로 찍은 것을 세 컷 정도 삽입했는데 그것도 필름으로 찍은 것을 디지털로 옮긴 것이다."

김윤태 감독과의 일문일답

- 김윤태 감독의 이전 실험 영화들의 강렬한 이미지를 기대했는데 약간 실망스럽다. 영화에 대해 한 마디 해 달라

"처음 제작한 디지털 영화였고, 처음 제작한 내러티브 필름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실험영화로는 만들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관객과의 교감에 신경을 쓴다고 썼지만 아직 말을 거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작업자체가 개인적인 실험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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