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단절의 경고 <앨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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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영화제가 있을 때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항상 화제였다. 영화제가 아니면 볼 기회가 없을 뿐더러 애니메이션 강국의 실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full 3D 애니메이션 <앨리스>. 디지털을 화두로 삼은 전주국제영화제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필름 프린트 없이 디지털 영상을 직접 스크린에 영사하는 디지털 프로섹션 시스템에 의해 2월 일본에서 먼저 개봉했다. 이번 전주영화제에서도 디지털로 상영됨으로써 <앨리스>는 한국에서도 디지털로 상영되는 최초의 영화가 되었다.

디지털로 작업된 애니메이션이라 해도 상영할 때는 아날로그 방식의 필름으로 옮겨져 상영되었는데 이렇게 디지털 영화가 가능해진 것은 최근 미국의 텍사스 인스틀먼츠사가 DMD(digital micromirror device)와 함께 DLP(digital light processing) 라는 디지털 광처리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스타워즈 에피소드1>, <토이 스토리2>를 이미 디지털로 상영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필름으로만 상영되었다.

3D 애니메이션 <앨리스>. 2D애니메이션계를 평정한 일본의 3D 애니메이션 붐의 전초전이 될 듯한 이 작품을 한번 들여다보자.

2000년. 달로 향하는 관광 셔틀이 추락한다. 앨리스는 스튜어디스 SS1X의 도움으로 기체에서 빠져나오지만 정체모를 사람들이 그녀의 생명을 위협한다. 그녀는 누군가에 의해 미래로 납치되어 온 것이다.

2030년. 모든 컴퓨터는 독재자 네로가 만든 SS10X에 의해 통제된다. 그리고 독재자 네로에 대항하는 해방군들이 있다. 바로 해방군 특수부대 대장 카스바가 네로에 대항하기 위해 앨리스를 미래로 데려온 것이다. 앨리스는 독재자 네로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독재자의 아들을 없애기 위해 미래에서 그의 어머니를 데려온다... 약간 설정이 다르긴 하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바로 <터미네이터>이다. <터미네이터>에서는 미래의 해방군 지도자를 없애기 위해 과거로 로봇을 보내지만 여기서는 그녀를 미래로 불러들인 것이다.

의사소통을 대변하는 핀란드와 핸드폰

앨리스가 미래로 납치되고 독재자 네로와 그가 만든 중앙 통제 컴퓨터가 있는 곳은 현재 핸드폰의 천국으로 알려진 핀란드다.

그리고 앨리스가 엄마와 통화를 하기 위해 꺼낸 핸드폰. 과거로부터 가져온 이 핸드폰에는 '통화권이탈'이라는 메세지가 떠있다. 사실 이 장면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최대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핸드폰. 그것도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혹 이것은 개개인의 의사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국가에서 개개인을 감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이것은 바로 네로가 만들어놓은 중앙통제 컴퓨터와도 같은 것은 아닌지...

이 작품에서는 기계적인 어떤 물건도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것은 앨리스가 유미의 사진을 핸드폰에 넣고 다닐만큼 친하지만 유미가 자살하기 전에 말한 '진짜 하늘을 보고 싶다'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도 나타난다.

커뮤니케이션 왜곡으로 인한 비극

독재자 네로. 그는 왜 독재자가 될 수 밖에 없었을까. 그는 어릴적 아버지를 잃고 그 충격으로 엄마 즉 앨리스는 식물인간이 되고 만다. 네로는 앨리스와의 대화를 하기 위해 그녀를 컴퓨터와 일체시켜 부활시킨다.

친구 유미의 자살로 유미가 한말을 계속 마음속에 갖고 있는 미래의 앨리스. 네로는 앨리스가 기억하고 있는 유미말을 앨리스의 생각이라 믿고 진짜 하늘을 찾기위해 환경을 오염시키는 인간들을 없애기 시작한다.

결국 모든 시스템을 통제하여 2015년에서 2025년까지 인구를 대량학살 시켜 결국 인구를 10억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것은 네로와 엄마인 앨리스와의 의사소통 단절의 결과이다.

SS10X 컴퓨터를 파괴시키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앨리스. 비행선안에서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는 바로 사람을 위해서다'라는 말은 바로 이 작품이 하고 싶었던 말이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앨리스가 과거로 부터 가져온 핸드폰은 클로즈업 되면서'노키아'라는 상표가 커다랗게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가 끝나는 엔딩부분에 협찬 노키아라는 자막을 발견할 수 있다.

**〈앨리스〉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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