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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엄두 못낼 LNG선 보관탱크 … 삼성중공업 독자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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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난 6일 영국 런던에 있는 ‘힐튼 런던 패딩턴 호텔’에서 열린 멤브레인형 LNG선 화물창 독자 개발 모델(SCA) 설명회 모습. 삼성중공업은 해외 선주들을 상대로 개발 내용과 자사 모델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중국에 바싹 쫓기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가 LNG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에 이어 세계를 선도할 신기술로 중국과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업계는 선박 수주량에서 892만CGT로 중국(517만 CGT)을 제치고 다시 세계 정상에 올랐다. CGT는 선박의 무게(GT)에 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계수를 곱해 산출한 단위다.

 조선업계는 미래 신기술로 ▶심해저(深海底) 플랜트 ▶쇄빙선 개발 ▶고난도 선진기술 자립화를 꼽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6일 국내 처음으로 LNG선 화물창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화물창은 영하 163도에서 액화된 천연가스를 담는 탱크로 LNG선의 핵심 시설이다. 그동안 원천기술을 외국회사가 보유해 기술료를 지불해 왔다. 김부경 상무는 “이 화물창이 LNG선에 적용되면 척당 90억~100억원의 해외 기술료를 절감할 수 있다”며 “유리섬유 복합재인 트리플렉스 대신 신소재를 대거 사용해 기밀성과 단열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조선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10년까지 한국조선소들은 전 세계 LNG선의 약 67%를 건조했다. 한 척 건조 시 지불한 화물창 관련 기술료는 선가의 4~5% 수준이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극해의 얼음이 갈수록 빠르게 녹아 얼음을 뚫고 지나갈 수 있는 쇄빙선 기술도 미래 먹거리다. 북극항로의 장점은 항해거리를 최대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유류 같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북극 항로를 운항하면 1만TEU급 선박은 한 번에 92만 달러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06년까지 과거 100년 동안 북극 항로를 통과한 배는 69척에 불과했지만 2009년 한 해 24척의 배가 운항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세계 최대 규모(19만t급)의 쇄빙상선을 개발했다. 현재 운항 중인 7만t급 쇄빙상선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로 수송능력뿐 아니라 연료효율도 5% 이상 좋아졌다. 이런 극지를 통과하려면 알루미늄 후판의 두께가 일반 LNG선보다 더 두꺼워야 해 고난도 용접기술이 요구된다.

 석유가격 급등에 따라 심해에서 유정을 찾는 심해저 플랜트도 10년 후 먹거리를 내다본 신기술이다. 프랑스 토탈사는 지난달 30일 아프리카 앙골라 해안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제작한 부유식 원유저장설비(FPSO)에 심해저에서 뽑아낸 원유를 담는 작업을 성공시켰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국내 대표 조선업체들은 중국과 기술 격차가 큰 심해저 플랜트 산업을 10년 후 성패를 좌우할 승부처로 꼽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채승기 기자

◆화물창=LNG선에 액화된 천연가스를 담아 보관하는 탱크. 멤브레인형과 모스형으로 나뉜다. 모스형은 배의 갑판 위에 둥근 화물 탱크를 설치하는 것으로 건조비용이 많이 들고 대형화가 어렵다. 멤브레인형은 선박 내부에 저장 탱크가 들어간 형태로 국내 조선업체들은 모두 이 방식으로 LNG선을 건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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