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협회도 '닷컴' 물결 합류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시대를 맞아 소설이 살 수 있는 길을 찾아보았습니다. 소설의 줄거리를 사이버공간의 문화상품으로 파는 거죠. "

소설가 협회 정을병(66) 회장은 최근 사무실을 새로 물색하고 각종 세미나에 참석하고 회원들에게 공문을 보내는 등 눈코 뜰 새 없다.

작가들의 이야기꺼리를 모아 파는 ''스토리뱅크'' (kstorybank.com)구축작업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뱅크는 사이버공간에 이야기꺼리 창고를 만들어 수요자들에게 파는 것이다.

생산자는 협회의 회원인 소설가 5백여명과 등단한 작가들. 이들이 원고지 30매 분량의 짧은 이야기 줄거리를 만들어 스토리뱅크에 제공한다.

수요자는 스토리가 필요한 영화.연극.드라마.에니메이션 제작자들. 주제와 소재별로 구분된 줄거리를 뒤져보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협회에 돈을 내고 구입한다.

협회는 지난달 26일 영화.방송.연극 등 스토리 수요부문의 요구를 듣는 세미나를 개최한데 이어 이번주 중 작가들에게 공문을 보내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스토리를 청탁할 예정이다.

협회는 문화관광부의 예산 7억원을 지원받아 사이트를 구축하는 한편 작가들에게 편당 10만원 내외의 고료를 지불하고, 스토리가 팔릴 경우 2차 저작권을 인정해 별도의 인세를 준다.

협회는 이미 발표된 소설과 고소설.민담.신화 등 3만편의 줄거리를 데이타베이스로 저장하는 작업을 병행, 빠르면 9월쯤 사이트를 열고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올해안으로 3천건의 스토리를 저장하고, 내년까지는 3만건을 채울 계획이다.

정회장은 "단순히 소설가들이 돈을 벌고, 문화상품 제작자들이 아이디어를 얻는 차원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문학을 살리고, 나아가 우리의 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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