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 보안, 아날로그 수법에 뚫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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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삼성카드 직원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은 허술한 보안시스템 탓으로 밝혀졌다.

 6일 삼성카드에 따르면 이 회사 본사 마케팅팀 직원 박모(34)씨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회사 프린터로 출력해 외부로 유출했다. 삼성카드는 7월 내부 감사를 통해 이를 적발하고 지난달 30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박씨를 고발했다. 하지만 언제부터, 몇 명의 정보를, 어떤 이유로 빼돌렸는지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카드는 그동안 보안을 상당히 강조해왔다. 모든 직원은 회사 밖으로 나갈 때 가방을 X선 검색대에 통과시켜야 한다. 휴대용저장장치(USB)나 외장하드를 가지고 나가면 검색대에서 바로 적발된다.

 하지만 정작 종이문서를 빼돌리는 고전적인 수법엔 속수무책이었다. 다른 카드사가 출력 권한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KB국민카드는 팀장급 이상의 승인을 받아야 출력할 수 있고, 신한카드는 대량의 개인정보를 출력하면 즉시 보안팀에 체크된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사원증을 찍어야만 프린터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준비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카드는 이날 오후 홈페이지에 고객 사과문을 올렸다. “고객의 일부 식별정보(나이·성명·직장명·전화번호) 유출상황이 발생했다. 비밀번호나 계좌번호 등 직접적인 피해가 갈 수 있는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고객에게는 수사를 의뢰한 지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이런 사실을 알렸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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