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 매각 이후의 전망과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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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의 삼성자동차 인수안에 대한 삼성자동차 채권단의 수용 결정으로 르노의 삼성자동차 인수가 사실상 확정됐다.

이에따라 르노와의 채권단은 빠르면 오는 27일께 기본의향서 조인식을 마치고 르노는 자동차생산을 위한 실사작업에 들어가 오는 7월께는 르노사 체제로 본격적인 자동차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르노의 삼성자동차 인수는 무엇보다도 르노가 삼성자동차와 기술제휴 관계에 있는 일본의 닛산을 인수한 회사로 SM5를 계속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자동차 메이커라는 점에서 부산경제를 회생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지역 경제계는 기대하고 있다.

르노는 지난달 7일 공식 제시한 삼성차 인수후 사업계획에서 삼성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단기간에 연간 20만대를 생산하고 르노-닛산의 기술지원 아래 삼성차 부품협력 업체가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삼성브랜드로 10-15%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한편 현재 연간 18만대를 판매하고 있는 아시아시장(일본 제외)에서의 르노물량을 두배로 높여 결과적으로 삼성차가 세계적 선도 자동차그룹의 일원이 되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르노는 이를 위해 인수 후 곧바로 SM5의 계속 생산에 들어가 차종을 다양화하면서 생산대수도 올해 5만대에서 2001년 12만대, 2002년 20만대로 늘려 2005년까지 신규개발 차종과 함께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르노는 2003년부터 중형세단과 레저용 차량 생산에 들어가 2005년에는 총생산 대수를 2005년 4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인데 이렇게 될 경우 생산금액은 올해 7천500억원에서 2005년에는 5조4천800억원으로 늘어나고 협력업체의 생산도 올해 2천500억원에서 2005년 1조8천16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연간 40만대 생산체제 때에는 올해부터 2005년까지 총 19조1천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발생하며 같은 기간 협력업체 생산유발 효과도 약 6조3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따른 고용창출 효과도 삼성자동차가 2000년말 4천명에서 2005년까지 2만여명으로, 협력업체도 2000년말 약 3만명에서 2005년까지 15만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다가 부산.경남지역의 자동차 부품 생산원가가 일본보다 20-30% 싼 점을 감안, 삼성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생산한 부품을 일본 닛산자동차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추가 고용창출효과 발생도 예상되고 있다.

이로써 삼성자동차는 전국 최고의 실업률과 처저의 중소기업체 가동률 등으로 빈사상태에 빠져 있는 부산지역경제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라는 신중한 견해도 적지 않다.

먼저 이번 매각협상이 성공을 거두려면 르노가 약속한 투자계획이 반드시 실현돼 헐값 매각, 국부유출이라는 시비를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르노가 선진기술 이전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삼성차 부산공장을 단순히 하청 조립기지로 만들 경우 부산지역은 물론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임정덕 원장은 "삼성차가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진 자동차산업의 기술을 받아들여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고 부품협력업체들도 이제는 국내 시장뿐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손색없는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동환 사무국장은 "1조원 가치의 삼성자동차를 6천여억원에 매각한 것은 선진기술의 도입과 삼성차 가동후 르노측의 추가투자 등을 전제로 한 협상인 만큼 재가동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고 앞으로의 과제를 일깨운다.

부산경제가꾸기 시민연대 서세욱 사무총장은 "르노와 삼성차 및 부산시민이 서로 힘을 합쳐 최고수준의 자동차생산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부산=연합뉴스) 류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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