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 교회들, 돈 넘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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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의 종교단체들도 이 지역의 경제적인 성공의 이익을 함께 누리고 있다. 교회뿐만 아니라 이슬람교회나 유대인들의 종교 모임들 역시 사상 최고의 헌금이 모금되고 있다.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의 기부금 유입이 이 지역 종교단체들에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덕분에 교회 지도자들은 이와 관련해 새로운 문제들과 씨름하게 생겼다.

그러면 실리콘 밸리 교회들은 주변의 인터넷 기업의 성공으로 얼마만큼의 경제적인 이익을 보고 있는 걸까. “거의 기부금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샌호제이 차임교회의 칼 오버빅 담임목사는 지금껏 보아온 최고 수준의 헌금이 모금되고 있다며 이렇게 표현했다. 그의 교회는 이미 지난해 교회 예산 1백30만 달러보다 10만 달러가 많은 액수를 모금했다.

최근 교회에서 밴차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자 한 젊은 부부가 즉석에서 2만5천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한 신도는 교회 스태프를 구하는 데 필요한 3만1천 달러를 내놓았다. 다른 사람은 6만1천달러의 주식을 내놓기도 했다.

실리콘 밸리의 교회들에는 요즘 사상 최대의 헌금이 모금되고 있다.

더블린의 크로스윈드교회 마티 커트론 목사는 교회 전체 예산의 4분의 1이 최근 주식시장 등에서 활황을 맞고 있는 이른바 ‘하이테크머니’에서 들어오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교회 시설 증축을 위한 자금 1천만 달러가 순식간에 모아졌다”며 “우리는 더 이상 푼돈을 모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지역 교회 지도자들의 사역 방식 역시 ‘하이테크화’ 하고 있다.

일부 교회에서는 온라인 비디오 설교를 위해 최신형의 비디오 송출 장비를 도입하고 있다. 서니베일의 리버교회에서는 교회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헌금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교회지도자들은 헌금 증가에 대해 기뻐하는 한편 부(富)라는 새로운 ‘짐’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고민에 빠졌다. 교회 자선단체의 모임인 ‘게더링’의 프레드 스미스 회장은 “교회들이 뜻하지 않은 횡재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며 “마치 가난한 사람이 갑자기 복권에 당첨된 것 같다”고 말했다.

먼로파크 장로교회의 릭 란젤로 목사는 “목회자들로서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헌금 중 얼마를 자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사용하고, 얼마를 가난한 사람을 돕는데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털어 놓았다. 란젤로 목사의 교회는 총 6백50만 달러의 예산 중 1백20만 달러를 자선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한편 헌금으로 주식을 기부받는 경우가 있어 또다른 문제를 낳기도 한다. 서니베일 교회의 웬디 하워드 목사는 “야후 주식을 기부받은 경우가 있었는데 주가 등락이 심했다”며 “대박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주식시세를 지켜보며 마음 졸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최근 이 교회에서는 교회 관계자들이 주식시세에 관심을 기울이는 풍토를 없애기 위해 주식을 기부받자마자 바로 팔아 현금화하고 있다. 신도들간에 내놓을 수 있는 기부금의 액수가 차이나자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는 의견도 등장하고 있다.

아무래도 목회자들이 거액 헌금 능력이 있는 신도들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는 것. 인텔의 고위 경영층 중 한 명인 가이 앤소니는 그가 거금을 지역 교회에 기부했을 때 이러한 불안을 느꼈다고 털어 놓는다. 그는 “큰 돈을 쾌척하는 순간 나 자신과 교회 목회자와의 관계가 약간 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순수한 친분관계가 비즈니스화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익명으로 기부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의 초기 창립멤버 6명 중 한 사람인 마이클 토이는 최근 익명으로 한 단체에 거액을 기부했다. 토이는 “금고 가득 쌓인 돈을 보면서 이게 내 돈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며 “이 돈을 자신과 주님을 위해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부유한 신도들이 거액을 헌금할 때 그 행위자체가 심리적으로 큰 위안을 준다는 것은 분명하다. 교회는 신도들의 부(富)로 인한 ‘짐’을 나누어진다는 데 의미를 두기도 한다. 포스터시의 센트럴 페닌슐라교회의 마크 미첼 목사는 “신흥부자들이 삶에 있어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같다”며 “삶의 다른 중요 가치들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첼 목사는 신도들의 이러한 욕구를 해소해 주기 위해 마약중독자를 돕는 기금을 만들어 인터넷 기업가들로부터 기부금을 받고 있다. 실리콘 밸리 교회들은 ''돈’때문에 요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의 교회들이 볼 때는 ‘행복한 고민’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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