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셔플레이스] 포에버 21의 '3장16절'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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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은 다르지만 유명 햄버거 체인 '인&아웃 버거'와 의류소매업체 '포에버 21'은 거의 닮은꼴 기업이다.

우선 LA가 기반이다. 인&아웃은 볼드윈 파크에서 포에버 21은 한인타운 인근의 자바시장에 첫 매장을 열었다. 맘&팝(Mom & Pop) 곧 부부가 창업했다는 점에서도 일치한다. 포에버 21은 장도원.장진숙 부부가 쏟아낸 땀과 열정의 산물이다.

그래서인지 경영철학도 비슷하다. 종업원 제일주의가 그렇다. 인&아웃은 종업원 처우가 햄버거 업종에선 최고다. 최저임금을 주는 맥도널드와는 달리 인&아웃은 시간당 보수가 10달러를 넘는다.

포에버 21은 사장에서부터 말단 직원까지 동료의식이 매우 강하다. 한국인 특유의 끈끈한 문화가 밑바닥까지 깔려있다. '21'살 때의 초심을 '영원히' 간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회사이름을 '포에버 21'으로 지었다고 한다.

품질로 경쟁하겠다는 것도 두 기업의 공통분모다. 맥도널드 제국과 당당히 겨루고 있는 인&아웃을 보면 품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몇해 전 햄버거 식중독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인&아웃은 파동에서 비켜나갈 수 있었다. 얼리지 않은 신선한 고기만 사용하고 있으니 대장균이 침투할 공간이 없었던 탓이다.

포에버 21도 값싸고 질좋은 유행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해 부를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창업 27년만에 미 전역의 주요 도시들은 물론 영국 런던과 일본 도쿄 서울 등 전 세계 500여 곳에 매장을 오픈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예상한 올해 매출액은 무려 37억 달러다.

인&아웃이 패스트 푸드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다면 포에버 21은 역발상으로 패션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기업이다. 특히 한국인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빨리빨리'를 오히려 강점으로 내세워 성공을 창출해 냈다.

포에버 21은 이른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제조업자가 매뉴팩처링과 유통 판매를 모두 담당해 중저가 상품을 2~3주에 한 번씩 '빨리 빨리'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소비자들의 욕구를 재빨리 파악해 상품에 반영하는 감각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신앙을 바탕으로 한 기업이란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인&아웃의 종이컵 아래 모서리엔 'John 3:16'이란 작은 글씨가 인쇄돼 있다. 포에버 21의 쇼핑백 하단에도 이 글자가 쓰여져 있다. 요한복음 3장16절이다. 기독교의 교리를 한 줄로 요약했다고 해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성경구절 중 하나다. 하나님이 이 세상을 지극히 사랑하사 독생자 곧 외아들을 보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본 어게인(born again)' 신자로 거듭 태어났다는 말은 바로 이 구절에서 비롯됐다. 언젠가 조지 부시가 대통령 재임시절 자신을 '존 3:16 크리스천'이라고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포에버 21의 장진숙씨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명단에서 39위에 랭크됐다.

힐러리 클린턴 등 유명 정치지도자들과 초일류 다국적기업의 여성 CEO 레이디 가가와 오프라 윈프리같은 수퍼스타들 사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는 맨 손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 억만장자의 대열에 끼인 이민 여성의 삶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어쩌면 '3장16절'의 거듭난 삶이 부부로 하여금 '무일푼의 기적'을 일궈내게 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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