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정책의 산실 … 봉쇄정책·문명충돌론 첫 소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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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호 25면

미국은 역사 속에 등장한 가장 강대한 제국이다. 동시에 미국은 민주국가다. 미국은 세계의 리더 역할을 하는 초강대국이다. 그러나 민주국가 미국은 국민이 바라지 않는 국제사회 활동을 수행하기 힘들다. 미국 정부가 외교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세계 지도국 미국은 세계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역시 민주국가 미국의 세계 전략은 공개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미 외교협회서 발행하는 포린 어페어스

포린 어페어스(foreignaffairs.com·사진)는 제국이자 민주국가라는 미국의 두 정체성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모순을 최소화하는 기능을 한다. 포린 어페어스는 미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CFR)가 1922년부터 발행하고 있는 격월간 외교 전문지다. 뉴욕에 있는 CFR은 21년 창설된 미국의 대표적인 초당파 싱크탱크다.

포린 어페어스는 미국 외교정책의 게시판이다. 봉쇄정책(封鎖政策·containment)은 조지 F 케넌이 ‘X’라는 필명으로 포린 어페어스 47년 7월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첫선을 보였다. 케넌은 “공산주의는 내부의 부패로 붕괴할 것이다”며 공산주의 확산을 억제할 필요는 있으나 공산주의의 붕괴나 변화를 시도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봉쇄정책은 91년 냉전이 종식될 때까지 미국 외교정책의 기조로 40여 년간 유지됐다. 탈냉전기에 분쟁의 근본적 원인이 문명이 될 것이라는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론 또한 93년 여름호에 ‘문명들의 충돌?’이라는 논문으로 데뷔했다.

숙명적으로 포린 어페어스는 국제주의와 부침을 같이한다. 국제주의는 국제사회의 협력을 바탕으로 세계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주의다. 반면 고립주의는 국제 관계에서 참여·간섭을 회피하는 주의다.

냉전의 종식으로 포린 어페어스는 위기를 맞았다. 많은 미국인에게 외교는 일종의 사치로 간주됐던 것이다. 미국과 직접 연관된 분쟁이 사라지자 일반 매체에서는 국제 기사 분량이 대폭 줄어들었다. 외교 분야 종사자라면 포린 어페어스를 읽기는 하지만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포린 어페어스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한 것은 2001년의 9·11 테러였다.

이처럼 포린 어페어스는 마치 국제분쟁을 ‘영양분’으로 삼고 있는 것 같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세계화는 포린 어페어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국제정치·외교안보 외에 국제경제·경영이 새로운 독자를 유인하는 영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엘리트층에서 벗어나 일반 독자층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계속된다. 90년대 말에는 기고문의 분량을 7000단어에서 4000~5000단어로 줄였다. 무미건조한 문체도 일반 독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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