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역사 속에 등장한 가장 강대한 제국이다. 동시에 미국은 민주국가다. 미국은 세계의 리더 역할을 하는 초강대국이다. 그러나 민주국가 미국은 국민이 바라지 않는 국제사회 활동을 수행하기 힘들다. 미국 정부가 외교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세계 지도국 미국은 세계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역시 민주국가 미국의 세계 전략은 공개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미 외교협회서 발행하는 포린 어페어스
포린 어페어스(foreignaffairs.com·사진)는 제국이자 민주국가라는 미국의 두 정체성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모순을 최소화하는 기능을 한다. 포린 어페어스는 미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CFR)가 1922년부터 발행하고 있는 격월간 외교 전문지다. 뉴욕에 있는 CFR은 21년 창설된 미국의 대표적인 초당파 싱크탱크다.
포린 어페어스는 미국 외교정책의
숙명적으로 포린 어페어스는 국제주의와 부침을 같이한다. 국제주의는 국제사회의 협력을 바탕으로 세계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주의다. 반면 고립주의는 국제 관계에서 참여·간섭을 회피하는 주의다.
냉전의 종식으로 포린 어페어스는 위기를 맞았다. 많은 미국인에게 외교는 일종의 사치로 간주됐던 것이다. 미국과 직접 연관된 분쟁이 사라지자 일반 매체에서는 국제 기사 분량이 대폭 줄어들었다. 외교 분야 종사자라면 포린 어페어스를 읽기는 하지만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포린 어페어스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한 것은 2001년의 9·11 테러였다.
이처럼 포린 어페어스는 마치 국제분쟁을 ‘영양분’으로 삼고 있는 것 같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세계화는 포린 어페어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국제정치·외교안보 외에 국제경제·경영이 새로운 독자를 유인하는 영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엘리트층에서 벗어나 일반 독자층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계속된다. 90년대 말에는 기고문의 분량을 7000단어에서 4000~5000단어로 줄였다. 무미건조한 문체도 일반 독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