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서킷 브레이커스' 발동

중앙일보

입력

17일 종합주가지수가 개장 4분30초 만에 90포인트 이상 폭락해 매매거래가 중단된 것은 주식시장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변동성을 갖고 있는 곳인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편의 사건이었다.

개장을 20분 앞둔 오전 8시40분. 증권거래소를 비롯한 주요 증권사 시황 단말기에는 동시 호가에서 주요 종목들의 경우 '팔자' 주문이 '사자' 주문의 2~3배에 달하는 상황이 표시되고 있었다.

주가하락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낙폭이 어느 정도냐가 관심이었다.

9시1분 드디어 이날 첫 지수가 나왔다. 지난주 금요일보다 37.93포인트 떨어진 762.96. 지수영향도가 가장 큰 삼성전자의 시초가가 전날대비 13.42% 급락한 탓이었다.

증권관계자들은 "지난 주 미국 나스닥지수가 9% 이상 폭락한데 비하면 그리 큰 폭은 아니다" 고 평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시가총액 2, 3위 종목인 한국통신과 SK텔레콤 등이 아직 거래가 되지 않아 지수에 반영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9시2분쯤 SK텔레콤이 전날 3백10만원에서 하한가(-15%)인 2백63만6천원으로 주저앉으며 지수하락폭은 60포인트로 커졌다.

1분30초 뒤 한국통신마저 하한가를 맞으며 지수는 곧바로 8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낙폭이 10.35%에 이르러 일시 매매중단조치(서킷 브레이커스) 발동요건인 지수하락률 10%대를 넘어선 것이다.

1분이 흐른 뒤에도 지수하락이 90포인트대로 커지자 9시4분31초 국내 증시 사상 처음으로 서킷 브레이커스가 발동됐다.

매매중단 직전 체결된 가격이 반영, 지수는 소폭 오른 7백11.54에 고정됐다.

이후 20분간의 매매중단과 10분간의 동시호가 접수를 받아 오전 9시34분31초 매매가 재개됐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일시 매매정지조치 후 지수가 30포인트 가량 오르는 반등세를 보이는 등 투자자들의 심리적 공황을 진정시키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낙폭이 더욱 확대되면서 이같은 노력도 무위로 돌아갔다.

◇ 서킷 브레이커스(Circuit Breakers)〓주가의 등락폭이 갑자기 커질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다.

마치 누전사고 방지를 위해 두꺼비집을 잠시 내려두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는 투자자들의 심리적 공황을 막기 위해 1998년 12월 7일 도입됐는데 종합주가지수가 전일대비 10%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경우 발동된다.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면 20분 동안 모든 거래가 정지되며 향후 10분동안 매매정지와 함께 동시호가가 접수된다.

하루에 한번만 발동될 수 있으며 장 종료 40분 전에는 발동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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