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여자축구단 ‘돌버텅’ … 행복 슈팅, 건강 드리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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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로 구성된 아산 돌버텅FC 축구단이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 모여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 이들의 첫 목표는 충남대표팀이다. [조영회 기자]

“바로 센터링 올려!” “라인 타고 들어가서 헤딩 경합해야지.”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내 보조경기장. 이곳은 매일 오후 6시만 되면 여성들의 축구 연습으로 떠들썩해진다. 날카로운 슈팅과 육탄 수비, 화려한 개인기를 뽐내는 이들은 아산 ‘돌버텅FC’ 회원이다. 돌버텅은 힘들 때 돌처럼 단단한 계단을 오르듯 해야하고 그것을 도와줘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 순수 우리말이다.

 아산 여성축구동호회가 생긴 건 지난 4월 초. 아산축구협회 관계자들이 축구 저변확대를 목표로 여자축구 동호회를 결성했다. 김영식(53) 감독은 “그동안 지역 여자축구동호회가 없어서 안타까워하다 올해 초부터 여성축구 회원모집에 들어갔다. 지금은 회원도 꽤 늘고 처음 우려와 달리 참여율도 높다”고 말했다. 동호회라고 하지만 훈련만큼은 체계적이다. 스트레칭으로 시작해 근력 훈련, 드리블 등 기술 연습으로 이어진다. 김 감독은 “이달까지는 기초체력을 다지며 몸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아직은 엉성하지만 내년 봄이 되면 팀의 틀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젊은 회사원부터 평범한 주부까지

현재 돌버텅FC 회원은 31명. 20대 두 명에 나머지는 자녀들이 있는 30~40대 주부들이다. 이들의 개성은 다양하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하나로 뭉쳐진다.

 “다쳐봤자 타박상일뿐 부상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오히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지죠.”

 ‘돌버텅 FC’ 선수겸 코치를 맡고 있는 이효심(35)씨는 운동을 하다 다칠까 무섭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여리고 수줍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운동 마니아다. 하키국가대표 출신답게 다부진 몸매를 자랑한다. “하키와 축구는 엄연히 달라요. 하지만 하키에서 익힌 전술과 공간 침투 능력들은 상당히 도움이 됐죠.”

 처음에는 아내가 격한 운동을 하는 것을 탐탁치 않아했던 그의 남편도 이제는 돌버텅FC의 열렬한 팬이다. “남편은 고등학교 하키부 코치로 활동하고 있어요. 제가 축구를 시작한다고 했을 땐 ‘하키도 모자라 이제는 축구냐’며 핀잔을 주곤 했는데 저의 실력을 보고는 전국대회에 나가도 되겠다며 팬이 돼 버렸죠.”

 미드필더를 맡고 있는 유미(25)씨는 남자보다 축구가 더 좋단다. 4월 초 이곳에서 축구를 처음 접한 뒤 한번도 빠짐없이 연습에 참가하고 있다. 박금순(41)씨는 다른 회원보다 체력이 좋다. 다른 회원들이 잠시 쉬고 있는 틈에도 끊임없이 슈팅 연습과 드리블 연습을 한다. “축구는 아직 잘 못하지만 너무 재미있어요. 실력이야 배우면 늘지 않겠어요?”

실력은 부족하지만 목표는 있다

슈팅 연습 중인 선수

단장을 맡고 있는 김영복 회원은 “팀원 모두 자기관리를 잘하고 날씬해 서로를 자극한다. 운동도 되고 친목도 다지질 수 있어 1석2조”라고 자랑한다. 그러면서도 “여성이 운동한다고 해서 설렁설렁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실력도 겸비해 다음 달에 있을 ‘충남도지사기 축구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효심 코치는 “이왕 시작했으니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대회 전까지 착실히 연습해 강호들을 누르고 충남대표로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 감독은 “전국에 여자축구 붐이 일어 동호회와 대학축구팀 등이 늘어나고 있다. 아산에도 팀이 결성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상수 아산축구협회 사무국장은 “아산에 여자축구팀(엘리트)이 창단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지역 축구계는 엄청난 힘이 될 수 있다”며 “여성축구팀 돌버텅FC의 활동이 더 활발해지면 다른 팀들도 많이 창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입문의=김영식 감독 (011-428-2061)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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