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태중 아이까지 … ” 의사 남편에게 무기징역 구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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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 이영주)는 18일 만삭의 아내를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 기소된 남편 백모(31·대학병원 전공의)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날 오후 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 한병의) 심리로 열린 선고 전 마지막 재판에서 검찰은 “피해자 박모(29)씨가 목눌림에 의한 질식사로 사망했다는 법의학자의 소견이 있고, 외부 침입 흔적이 없으며, 백씨의 해명에 의문점이 많은 것 등을 종합할 때 백씨가 아내를 살해했음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내를 살해하고 태중의 아이까지 죽게 한 범죄는 그 무게를 말로 다할 수 없으며, 범행사실을 적극적으로 위장하고 일관되게 부인한다는 점에서 중형이 선고됨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백씨 변호인 측은 고인이 타살이 아닌 사고로 숨졌다는 기존 주장을 이어갔다. 이정훈 변호사는 “여러 정황상 백씨가 집을 나선 이후 고인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목눌림에 의한 질식사라고 보기엔 목에 난 상처가 선명하지 않다”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신빙성이 없거나 사인 등을 단정짓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유죄라면 백씨는 한 달 후 자신의 아이를 낳을 부인을 살해한 인면수심의 살인마”라며 “재판부가 유죄라고 판단한다면 법이 허용하는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했다.

 백씨는 검찰 측 신문에 일체 답변을 거부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백씨를 신문하면 방청객 소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진술 거부 이유를 밝혔다.

이날 백씨는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를 지켰으며, 간간이 필기를 하면서 변호사와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백씨는 재판장의 최후진술 요청에 대해 “서면으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이 ‘군의관 입대 스트레스’를 살해동기로 제시한 데 대해서는 “군의관은 국방부 추첨으로 되는데 그것 때문에 싸웠겠느냐”고 반박했다.

 백씨는 지난 3월 아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박씨는 지난 1월 서울 마포구 도화동 자택 욕조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백씨가 살인 혐의를 부인하면서 사망 원인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증거불충분으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되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열린 세 번째 공판에서는 변호인 측에서 채택한 캐나다 법의학자 마이클 폴라넨 교수가 출석해 “타살이라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선고공판은 다음 달 1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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