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우리금융 매각 무산 … 국민의 짐만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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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김수연
경제부문 기자

10년째 정부가 소유 중인 우리금융은 묘한 회사다. 직원들은 인사철이면 아무개가 정권 실세(實勢) 모씨의 사돈의 팔촌입네, 여당 누구에게 거액을 후원했네 쑤군댄다. 실력으로 평가받기보다는 밖의 줄을 잡기 바쁜 직원이 많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청와대의 도움을 받은 인물들이 경영진으로 내려오면서 그런 경향이 더 심해졌다. 우리금융은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약정에 묶여 성과가 좋은 직원들에게 두둑한 보상을 해주기도 어렵다.

 그래서 빨리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고들 했지만, MB 정부에서도 무위에 그치게 생겼다. 우리금융 인수를 위해 뛰었던 MBK·티스톤·보고 등 세 곳의 사모펀드 중 MBK 한 곳만이 17일 입찰제안서를 냈다. 정부가 제시했던 ‘유효 경쟁’은 성립하지 못했고, 19일 최종 무산 발표만 남은 형국이다. 사연도 많았다. 정부는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서 비롯된 ‘먹튀 논란’이 두려웠다. 그래서 전략적 투자자(SI)의 참여 등 엄격한 요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무조건 “사모펀드에 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펀드에 돈을 넣어야 할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과 SI들은 그런 ‘특혜 시비’가 무서워 발을 뺐다.

 금융계 인사들은 “우리금융이 민영화되면 그동안 경쟁력을 훼손했던 요인들이 제거되면서 회사가 쑥쑥 성장하고 주가도 오를 게 분명하다”고 말한다. 인수(引受) 참여자들이 큰 수익을 얻게 될 것이란 얘기다. 그게 특혜라면 특혜인데, 한쪽에선 그걸 줘선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고 다른 쪽에선 그걸 얻은 뒤 후환을 두려워했으니 애당초 될 일이 아니었던 셈이다. 앞으로의 수순은 뻔하다. 우리금융의 경쟁력과 주식 가치는 계속 떨어질 것이다. 공적자금 회수의 길은 요원해지고 결국 그 부담은 국민이 지게 된다. 지칠 대로 지친 우리금융 직원과 일반 주주들의 좌절감은 커질 것이다. 내년 선거 뒤 새 정권의 실세들은 우리금융의 요직들을 놓고 한바탕 잔치를 벌이게 될 것이다.

 다음 정권도 단물을 다 빼먹은 뒤 집권 말기에서나 민영화(民營化) 흉내를 낼 것이다. 그렇게 만신창이가 돼 진짜 헐값 아니면 누구도 가져가지 않을, 그래서 더 이상 특혜 시비 같은 건 나오려야 나올 수 없을 그럴 때나 우리금융은 민영화될 것인가.

김수연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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