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고사 뒤 슬럼프 딛고 대학 간 선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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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들은 모의고사를 치를 때마다 크고 작은 슬럼프를 겪는다. 특히 보름 앞으로 다가온 9월 평가원 모의고사는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인 만큼 수험생들의 부담감이 여느 모의고사보다 크다. 이후 상당수 학생이 슬럼프에 빠지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의 시험 결과 때문에 일희일비했다간 실제 수능에서 더 큰 성적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모의고사 후 찾아온 슬럼프를 극복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선배들이 슬럼프 극복 방법을 전해왔다.

글=최석호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1 이재윤씨는

●목표를 확실히 재정립하라

체력과 정신력이 모두 약해진 학생들을 지탱해 주는 가장 큰 힘은 확고한 목표의식이다. ‘어떤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떠올려 의지를 다진다.

●자기 암시를 하라

슬럼프를 겪을 때 “저는 서울대 재학 중인 이재윤입니다”라고 혼자 중얼거리면서 공부해야 할 목적을 다시 찾았다.

●자신감을 가져라

‘수능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열심히 한다고 점수가 얼마나 오르겠어’란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순간 진짜 할 수 없어진다. 자신감은 한계를 넘어선 도전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원동력이다.

●대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자

자신이 원하는 대학·학과 홈페이지에 들어가 전공에 대한 글을 읽거나 재학생들이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면 나도 모르게 ‘공부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긴다.

●이것저것 따라다니다 보면 아무것도 안 된다

초조한 마음에 학원이나 유명강사의 인터넷 강의를 쫓아다니다 보면 스스로 공부할 시간이 없다. 지금부터는 공부한 내용을 차분히 정리해 나갈 때다.


이재윤씨의 경우=반수를 하고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에 입학한 이재윤(20)씨는 고3 여름방학 때 언어영역 공부에 집중했다.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언어영역 1등급을 받았지만, 워낙 어렵게 느껴졌던 영역이라 여름방학 때 공부시간의 3분의 2 정도를 투자했죠.” 2000학년도부터 10개년치의 수능 기출문제와 교육청·평가원 모의고사 문제를 모조리 풀었다. 그러나 9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는 오히려 언어영역 성적이 떨어졌다. 백분위 90%로, 2등급에 턱걸이를 한 것이다. 그때부터 이씨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책상에 앉아 있어도 불안한 마음만 있을 뿐 책의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20여 일을 허송세월했다.

“‘혹시나 도움이 될까’란 생각에 수험생 커뮤니티들을 찾아다니며 ‘언어영역 점수 올리는 법’과 관련한 글을 모조리 찾아봤죠. 그때 ‘문제를 푼다 생각하지 말고, 책을 읽는다는 생각으로 지문의 내용을 파악하라’는 글귀를 봤어요.” 이후 이씨는 언어영역 문제풀이 방식을 바꿨다. 문제와 지문내용을 번갈아 보며 문제풀이에만 집중했던 기존 방식을 버리고, 지문을 한번 읽을 때 확실히 읽는 습관을 들였다. 그는 “소파에 앉아 편한 자세에서 신문을 읽으면 한 번만 읽어도 기사내용을 파악할 수 있듯이 언어영역 지문도 내용 파악에 중점을 두고 편한 마음으로 읽으면 기억에 오래 남는다”며 “시간 절약을 위해 지문을 한 번에 확실히 읽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2개월 만에 언어영역 등급을 다시 1등급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고, 언어영역에 대한 자신감이 붙으니 슬럼프에서도 벗어났다.

그는 후배 수험생들에게 “모의고사는 대입을 위한 한 단계일 뿐, 시험 하나 때문에 흔들릴 이유가 없다”며 “취약 영역을 파악한 뒤 공부방법을 수정하면서 실제 수능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건국대 경영학과 1 이보미씨는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를 확인하라

현재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들은 수능 당일까지 걸림돌이다. 방해 요소를 모두 적고 어떻게 극복할지 써보자.

●전략과목의 정리노트를 만들자

2~3과목이라도 완벽히 정리한다면 자신감이 생기고 다른 과목의 부담감이 줄어든다.

●학습 방법에 변화를 줘라

취약과목은 공부 방식을 과감히 바꿔라. 9월 모의고사 이후 포스트잇에 영어단어를 쓴 뒤 벽에 붙여놓고 외운 단어들을 떼어내는 방식으로 영어단어 암기 방법을 바꾸니 외국어 성적이 올랐다.

●입시의 끝은 ‘수능’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수시 원서접수를 하고, 논술시험을 보다 보면 산만해져 수능에 집중하기 힘들다. 수시 지원을 했더라도 ‘수능에 집중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잃지 말자.

●초조해하지 마라

수능 날이 가까워질수록 수험생활의 끝도 다가오는 것이다. 목표 대학의 합격자 명단에서 자신의 수험번호를 확인하는 순간을 떠올리며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날이 오는데, 지금 모든 걸 건다’는 생각을 갖자.


이보미씨의 경우=이보미(19·건국대 경영학과 1)씨는 고3에 올라가 처음 치른 3월 모의고사에서 언어 1·수리 2·외국어 4등급, 사회탐구 3과목 4등급을 받았다. 6월 모의고사에서는 언어 1·수리 2·외국어 2등급, 사회탐구 2·2·4등급으로 성적을 끌어올렸다. 여름방학부터는 수능 우선선발을 목표로 논술고사 준비에 집중했다. “성적이 꾸준히 오른 것을 보고, ‘웬만큼만 공부하면 계속 오르겠지’ ‘수리나 외국어 중 1개 영역만 1등급으로 올리면 수능 우선선발기준을 맞출 수 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수능 공부에 소홀했던 게 슬럼프를 자초한 원인이었죠.” 3학년 들어 1등급을 유지했던 언어영역이 9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2등급으로 떨어지면서 불안해졌다. 2등급을 유지했던 수리영역까지 3등급으로 떨어지면서 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이후 불안한 언어·수리영역 대신 사회탐구영역에 눈을 돌리고 정시모집에도 신경을 쓰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언어·수리·외국어는 단기간 성적이 오르지 않아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어렵지만, 사회탐구는 노력에 따라 점수 향상 폭이 큽니다.” 그동안 공부했던 사회탐구 기본서와 문제집을 모아 과목별로 ‘나만의 정리노트’를 만들었다. 여러 책에 나오는 개념을 모두 옮겨 적고, 틀렸던 문제는 개념 옆에 빼곡히 적었다. 과목별로 정리한 공책 분량만 200쪽이 넘는다. 그는 “10월 중순까지 사회탐구영역 공부를 완벽히 하니 다른 영역 공부에도 탄력이 붙었다”고 말했다. 수능에서 언어 2·수리 2·외국어 1등급을 받고 사회탐구는 3과목을 1·2·2등급으로 끌어올렸다. “자신 있는 영역이라도 1~2주 손을 떼면 그 영향은 점수 하락으로 직결되고, 또다시 올리기 쉽지 않아요. 전략 과목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되, 모든 영역을 하루 한 시간이라도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 슬럼프를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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