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노조 잇따라 … “항운노조 노무독점 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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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울산지역 항운노조의 수가 조만간 4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 한국노총 산하 울산항운노조, 11일 설립된 민주노총 산하의 운수노조 울산민주항운지부, 지난달 28일 설립된 온산항운노조, 현재 울주군청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해두고 있는 온산이주민항만운송노조 등이다.

 이 가운데 온산항운노조는 1970 ~80년대 울산의 온산공단 철거민과 그 2세 20명으로 구성된 노조다. 항만근로 희망자들로 구성된 조직. 황홍근 온산항운노조 위원장은 “항만에서 일하려면 항운노조에 가입해야하는데 기존 울산항운노조가 받아줄 리가 없으니 우리 스스로 항만노무 공급권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역장비 운영 능력을 갖춘 조합원을 45명으로 늘린 뒤 조만간 항만근로자 공급사업(항만노무 공급) 허가 신청서를 노동부 울산고용센터에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조합원 12명으로 구성된 온산이주민항만운송노조도 노조 설립 동기가 온산항운노조와 비슷하다.

 민주노총 산하의 울산민주항운지부는 울산항운노조 조합원 974명 가운데 일부로 결성된 노조다. ㈜조비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조원 5명 중 4명이다. 박민식 울산민주항운지부장은 “기존 노조가 ㈜조비 작업장 근로자를 심하게 차별대우하고 있다. 차별시정이 목표여서 기존 노조에서 탈퇴는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릴 제명해 아예 일자리를 뺏겠다고 하니 우리도 노무 공급권 확보에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항운노조가 가진 노무 공급권의 법적 근거는 직업안정법 33조(근로자공급사업)다. 이 규정에는 ‘노조의 업무범위와 인력수급상황, 고용관계 안정유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기존 항운노조만 노무공급권을 독점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허가권을 쥐고 있는 울산노동지청 고용센터의 김재규 팀장은 “전국적으로 복수의 항운노조에 항만노무 공급권을 준 전례가 없다. 노동부 지침이 내려온 것도 없다. 워낙 민감한 문제라서 (허가여부) 현재로선 뭐라 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포항의 경우 경북항운노조에서 탈퇴한 41명이 설립한 포항항운노조가 지난달 25일 근로자 공급사업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포항고용센터는 법적 처리기한(20일)을 훨씬 넘긴 지금까지 허가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 노무 공급권을 복수노조로 확대할 경우 자칫 항만 하역을 둘러싼 노·노 간 갈등으로 국가 기간산업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더구나 한국노총 산하 일색이던 항운노조 체제에 민주노총 산하 조직이 울산·광양 등으로 진입하는 형국이어서 자칫 양대노총 간 대결로 치달을 우려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기원 기자

◆항만노무 독점 공급권=부두 노동자를 항만노조가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권리. 우리나라 최초의 항만노조인 성진부두노동조합이 설립된 1898년부터 독점해왔다. 노조에 가입해야 부두하역작업을 할 수 있는 클로즈드 숍(Closed shop)이어서 노조가입(채용)비리가 끊이지 않자 2005년 하역업체가 직접 근로자를 고용하는 ‘항만근로자 상용화’가 도입됐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로 전국 15개 항만 가운데 평택항만 전면 상용화를 시행하고 나머지는 노사 합의로 부분 상용화를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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