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공생발전이라니 아이러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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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좌파 경제학자 우석훈(사진) 2.1 연구소 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공생발전(Ecosystemic Development)’에 대해 한마디 했다. 공생발전은 생태경제학에서 따온 개념이고 우 소장은 바로 그 분야 전공자다.

 우 소장은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주변에 같이 공부하는 이들에게 물어보니 ‘아이러니’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생태계’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거의 받지 않았는데, 오히려 MB 정부가 이를 먼저 받았다는 얘기였다.

 MB의 ‘공생발전’은 1970년대 초반 유엔에서 주로 사용하던 ‘생태적 발전(eco-development)’이나 87년 이후 많이 거론되는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과도 맥이 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학자들은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틀에서 경쟁을 이해했다. 이때 ‘적자(適者)’를 ‘최적자(最適者·the fittest)’가 아니라 ‘최강자(最强者·the strongest)’ 혹은 ‘최대자(最大者·the biggest)’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기술의 특징에 따라서는 작은 기업 혹은 가족기업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우 소장은 공생발전이 결국 ‘다양성’의 인정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건 효율성 개념으로만 봐서는 없어도 될 것 같은 박테리아조차도 다 존재할 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영업자도 고용 안정이나 지역경제 살리기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공생발전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예전의 ‘녹색성장’처럼 토건과 원전 위주의 정책으로 흐를 것”이라며 “말뿐인 공생발전이라면 녹색 개념을 빌려 본질을 흐리는 ‘그린 워시(녹색 세탁·Green Wash)’라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경호 기자

◆우석훈=1968년 서울생. 파리 10대학 경제학박사.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문제를 조명한 『88만원 세대』로 관심을 끌었다. 그 후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88만원세대 새판짜기』 『촌놈들의 제국주의』 등의 책을 여럿 썼다. 한국생태경제연구회·초록정치연대 등에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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