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구리가 지목한 패착, 8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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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국>
○·허영호 8단 ●·구리 9단

제8보(80∼86)=구리 9단은 몸조심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변에서 자리를 잡으며 흑▲들의 안전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허영호 8단도 그걸 감지하고 있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계가의 희망이 생긴다는 걸 느끼고 있다. 한데 어느 쪽이냐. 구리는 A의 공격을 예상하며 그 후의 타개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데 허영호의 다음 한 수는 80이었다. 절단을 보는 수. 겁나면 공배를 이으라는 수. 이 한 수의 굴복만 얻어내면 상변 흑 집도 많이 줄어들었으므로 곧바로 A로 달려갈 심산이다.

 하지만 구리는 이번에는 굴복하지 않았다. 직감으로 심상치 않다고 느낀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A의 공격이 겁났기에 뭔가 힘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구리는 고심 끝에 81에 두었는데 보통의 경우라면 아주 이상한 수. 하지만 83이 떨어지자 비로소 81의 의도가 선명히 드러났다. 이 두 방이 절묘해서 백은 갑자기 응수가 궁해졌다.

‘참고도1’로 돌파 당하는 것은 실패를 자인하는 것. 흑6에 백B로 받으면 상대는 C로 반격해 올 것이다. 그렇다고 ‘참고도2’는 더욱 안 된다. 허영호는 그래서 눈감고 84에 두었다. 좌변은 깨지더라도 상변 돌격에 마지막 희망을 건 수다. 국 후 구리는 A에 두지 않은 80을 최후의 패착으로 지목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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