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소금융 금리 비현실적…지속가능하려면 10%대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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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71·사진) 박사는 지금은 아무런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 그는 30년 가까이 써왔던 ‘그라민 은행 총재’라는 호칭을 지난 5월 버려야 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그의 나이를 문제 삼아 총재직 해임을 요구했다. 16일 만난 그는 여전히 빈민층을 위한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 Credit·소액대출)의 창시자다웠다. 이날 강연을 시작하면서 꺼낸 말도 “집중호우로 인한 한국 서민들의 피해가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유누스 박사는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소장 박경서)와 소액대출 비영리단체 ‘신나는조합’의 초청을 받아 방한했다. 그는 한국의 미소금융에 대해 “금리를 현실화해야 지속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그라민 은행의 상황은 어떤가.

 “현재까지 그라민 은행을 이용한 사람이 830만 명에 이른다. 그중 97%가 여성이다. 그들은 그라민 은행의 주인이기도 하다. 정부나 국제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있다.”

 -한국의 미소금융은 정부가 주도해 시작됐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정부보다는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가 개입하면 정치적인 상황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그라민 은행과 같은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위한 특수 은행을 설립해야 한다.”

 -대신 미소금융은 금리가 연 4.5%밖에 되지 않는다.

 “금리를 현실화시켜야 한다.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 금리는 개발도상국 중에서는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여러 비용을 포함해 20%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소액대출의 금리는 20~25%가 가장 적당하다.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고금리’로 봐야 한다.” (※적어도 소액대출 이자율이 은행 신용대출 정도는 돼야 한다는 의미. 국내 은행의 경우 신용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직장인 신용대출 금리는 연 6~13% 정도다.)

 -그라민 은행을 이용하는 저소득층 중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는데.

 “돈을 빌려주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대출 상품들을 보완하는 예금이나 보험상품들이 새롭게 논의되고 있다. 대출도 중요하지만 교육 등을 통해 그 이후 이들이 자활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줘야 한다.”

 -누가 그 일을 할 수 있겠나.

 “대기업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 투자를 해준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사회적 기업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라민 은행은 다국적기업 다논과 손잡고 합작 회사인 그라민 다논을 설립했다. 일체의 수익이나 배당금은 없다. 여기에서 창출되는 이익은 아이들의 영양실조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글=김혜미 기자, 하지혜 인턴기자(충남대 언론정보학)
사진=엄지 인턴기자(한국외대 산업경영)

◆무함마드 유누스=저소득층을 위한 소액대출 은행인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의 설립자.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1976년 농촌여성에게 27달러를 빌려주면서 소액대출 사업을 개척했다. 83년엔 벵골어로 ‘마을’이란 뜻의 그라민 은행을 정식 설립했다. 2006년엔 빈곤퇴치의 공로를 인정받아 그라민 은행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지난 5월 60세를 정년으로 규정한 법률을 어겼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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