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주 5000% 폭등” 엉터리 투자자문 판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경찰에 구속된 민명기씨는 ‘엠제이에셋매니지먼트’라는 유사 투자 자문회사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사 투자자문이란 돈을 받고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문자메시지나 e-메일 등을 통해 주식정보를 전달해주는 것을 말한다. 아무런 자격요건 없이 금융감독원에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어 검증되지 않은 자칭 ‘주식 전문가’들이 판을 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 주식정보 사이트나 카페에서 활동한다.

 “한 달 안에 5000% 폭등 예감, 박근혜·문재인 테마주 대공개.”

 “삼성과 구글이 이 벤처기업을 차지하기 위해 혈전을 벌이고 있다. 당장 승부수를 띄워라!”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주가가 요동쳤던 지난 12일 한 주식정보 사이트에는 이들 자문업자가 올린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다.

 “인류 역사에 획기적인 이정표가 될 항암제를 만든 벤처기업이 있다”며 “5000% 상승이 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글도 있었다. 이들은 카페를 개설해 회원 한 명당 매달 10만~70만원을 받고 주식 정보를 알려준다. “공시되지 않은 비밀 정보를 주겠다”며 1000만원 이상의 회비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대부분 엉터리라는 점이다. 포털사이트에서 주식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끊임없이 ‘내일은 오른다’거나 ‘이 종목은 대박 친다’고 해야 회원들이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VVIP 회원들의 작전을 위해 다른 일반 회원들이 이용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성 역시 검증이 어렵다. 대부분 개인투자자 출신인 이들은 대학 평생교육원 강사 정도가 공식 경력의 전부다. 주식실패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서울남부지검이 기소한 주식 카페 운영자 표모(27)씨의 경우 “명동 작전세력의 정보를 받고 있다”고 했지만 사실은 주식으로 돈을 잃고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신용불량자였다.

 이런 폐단에도 유사 투자자문업자들이 판을 치는 데는 주식정보 사이트의 방조도 한몫하고 있다. 사이트 측은 자문업자들이 받는 회비의 40~50%를 수수료 명목으로 걷어간다. 사실상 공동운명체인 셈이다. 자문업자들이 “추천주 2400~2600%의 경이적인 수익률” 같은 과대광고를 하거나 일대일 상담 등 불법영업을 하더라도 사이트 측이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 이유다.

이한길 기자, 서동일 인턴기자(세명대 저널리즘스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