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외식업계 제안 받기 붐

중앙일보

입력

패밀리 레스토랑 TGI 프라이데이는 지난 1~2월 두달간 무려 5천4백17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했다.

봄철 메뉴 개편을 앞두고 단골 손님들에게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TGI 프라이데이는 '음료의 양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는 의견이 많이 나오자 즉각 5백㏄짜리 칵테일을 선보였다. 이런 식으로 고객이 만든 메뉴는 20종이나 된다.

메인 음식에 없던 수프나 샐러드도 고객들이 제안해 만든 메뉴다.

최근에는 최종메뉴 품평회에 20여명의 고객이 패널리스트로 참석해 메뉴 보완작업을 끝까지 지켜봤다.

코코스는 지난 3월 한달간 매장을 찾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메뉴 제안 행사를 했다.

여기에서 모은 80여건의 아이디어는 오는 6월 메뉴 개편 때 반영할 예정이다.

제안을 한 고객을 추첨해 6개월 무료 시식권과 제주도 왕복항공권 등을 경품으로 주기도 했다.

TGI 프라이데이 마케팅팀 최종필 팀장은 "고객들의 요구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어 회사나 직원들의 판단만으로 상품을 개발하면 실패할 수 있다" 고 경고했다.

고객이 참여하는 경영기법이 유통.외식업계에 붐을 이루고 있다. 고객들의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고객 한명을 직접 상대하는 '1대1 마케팅' 이 자리잡으면서 고객의 아이디어와 제안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할인점 한화마트는 현장밀착형 고객제안제도인 '커스터머 퍼스트' 제도를 이달 초 도입했다.

매장에 고객제안카드를 비치해 고객이 불만 및 제안사항을 적어내면 48시간 내에 처리하는 제도다.

한화마트 마케팅팀 이상억 과장은 "매월 제안이 채택되는 고객들 모두에게 갤러리아백화점 상품권을 줄 예정" 이라고 밝혔다.

LG백화점은 지난 1월부터 백화점 전단을 통해 개선사항이나 시정사항을 공개적으로 제안받고 있다. 내용이 채택된 고객에는 5만~30만원짜리 상품권을 준다.

공중전화 부스에 백화점 전단을 게시해 백화점 행사를 홍보하고 매장 안에 있는 어린이놀이터에 신발장을 설치한 것은 고객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였다.

LG백화점 측은 고객제안제도의 성과가 크자 공개 제안제도를 분기마다 한번씩 시행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고객의 제안을 받아 시정 여부를 알려주고 사보(社報)에 게재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좋은 성과를 보고 있다.

가전전문상가인 테크노마트는 정문 1층에 사이버 고객 민원 및 아이디어 접수창구를 개설, 각종 판촉행사 및 이벤트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내는 고객들에게 매월 상금을 주기로 했다.

지난 1월부터는 거래 등의 문제로 고객의 지적을 받은 상가의 명단을 공개하고 개선 여부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전자랜드21은 지난해 12월 강남점을 열면서 테헤란 밸리 주변의 고객들에게 의견을 물어 매장구성을 바꿨다.

손님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1층 가전매장과 3층 디지털제품 매장을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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