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방천 “공포 반대편에 기회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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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한국 증시에는 변화를 선도하며 주주의 가치를 높여주는 기업이 많습니다. 좋은 기업의 주주라면, 그리고 좋은 펀드의 투자자라면 인내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강방천(51)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10일 펀드 투자자들에게 편지를 띄웠다. 강 회장은 위기에 강한 ‘마켓 리더’로 통한다. 외환위기 때 1억원의 밑천을 150억원으로 불렸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공포가 지나가면 큰 축제가 찾아올 것”이라며 펀드 직판(판매사 없이 운용사가 직접 판매)에 나서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주었다. 에셋플러스의 대표펀드인 ‘코리아리치투게더’는 3년 수익률이 62%에 이른다.

 강 회장은 “2008년과 지금은 모두 공포가 공포를 지배하고 있다. 미래의 상황을 너무 낙관하다 발등을 찍힌 것도 공통점”이라고 했다. 다만 공포의 양상은 다르다고 봤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가 구조적인 금융시스템의 문제에서 왔다면, 지금의 공포는 신용위험의 위기에서 비롯됐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자산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신용위험은 늘상 시장에 존재하는 것이며, 가격의 하락을 통해 시장에 반영되면 더 이상 위험이 아니라고 그는 설명했다. 강 회장은 “유럽과 미국의 신용위기가 분명한 위험이긴 하지만, 그간의 주가 하락으로 시장이 충분히 조정받은 만큼 우리가 마냥 공포에 빠져 있을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한국 기업의 가치를 다시 보자고 했다. 그는 “이번 위기의 여파로 기업들의 실적이 둔화된다고 하더라도 한국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8배 수준으로, 선진 시장(12배 안팎)은 물론이고 이머징 시장 평균(10배)보다 낮다. 강 회장은 한국 기업이 “과거와 달리 미국 중심의 수출 구조를 중국 등으로 다변화했고,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으로 생산성과 경쟁력도 키웠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이번 신용위기로 미국 경제가 타격을 입는다고 해도 한국 기업의 이익이 훼손되는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강 회장은 글로벌 유동성의 흐름에 대해선 안전자산 일변도의 투자 방향성이 마냥 계속될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의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국채가 각광받고 있지만, 머지않아 재정자립도와 통화정책 수단을 갖고 있는 국가 및 우량한 주식 쪽으로 자금이 흘러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강 회장은 “주식시장은 기업 이익을 먹고사는 생명체와 같다. 기업이 좋은 이익을 내는 한 시장은 결국 회복하기 마련”이라며 “공포의 반대편에서 기회를 보고, 훌륭한 기업의 주주로 시장에 참여하자”고 호소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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