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장, 변칙증여 수단으로 이용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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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비등록 주식이 거래되는 제3시장이 고액재산가의 변칙증여나 사전상속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으나 제도 미비로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31일 국세청과 증권당국에 따르면 지난 29일 제3시장 개장이후 한국웹TV가 10원 또는 70원에 거래되거나 100만원 또는 80만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업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매매가격이 낮거나 높을 경우 매도주문을 실수로 잘못 냈을 수도 있지만 매매 당사자간 담합에 의한 변칙증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제3시장은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시장과는 달리 매도, 매수호가가 서로 일치할 때만 거래가 체결되는 상대매매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거래소나 코스닥에서는 팔려는 가격과 사려는 가격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매수가가 매도가보다 높으면 체결되지만 제3시장에서는 상대방 호가에 맞춰 다시 주문을 내야 한다. 거래상대방이 입을 맞춰 주문을 내면 손쉽게 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변칙증여나 사전상속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매매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물리지만 현재 10-50%인 상속.증여세율에 비해 제3시장의 양도세율은 해당종목이 중소기업이면 매매차익에 대해 10%, 대기업이면 20%만 물리기로 해 현격한 차이가 있고 제3시장 지정종목이 나중에 코스닥시장으로 넘어가면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도 어려운 실정이다.

가격제한폭이 없어 담합에 의한 매매가 손쉬운 점이 변칙증여나 사전상속에 대한 가능성을 부추기고 있지만 법적 제재수단은 없다.

불법적인 자금의 세탁통로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 차명계좌를 개설해놓고 장외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한뒤 해당기업이 제3시장에 등록하면 실명계좌를 만들어 저가로 매입할 수 있다. 불법자금이 양성화되는 순간이다. 비정상적인 거래에 대한 의혹이 있더라도 거래상대방을 확인하는 것은 금융실명제법상 불가능하다. 국세청은 제3시장의 수상한 거래가 변칙 증여일 가능성이 있더라도 양도세를 물리는 것 외에 다른 수단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매수자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를 통해 매입자금이 정상적으로 취득한 자금인지, 납세절차를 밟은 자금인지 확인할 수는 있지만 인력이 제한돼있어 일일이대응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진병태기자 jbt@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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